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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기 위해, 다시

〈너를 찾기 위해, 다시〉 4부. 두 번째 고백

by 창작소설 글쓴이 2025. 7. 22.

《너를 찾기 위해, 다시》

4부. 두 번째 고백


가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캠퍼스에는 노랗고 붉은 낙엽이 가득 깔렸고,
두 사람은 그 위를 천천히 걸었다.

서준은 지유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손은 작고 따뜻했으며,
그 온도가 느껴질 때마다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있잖아.”

서준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응?”

“그냥…
이렇게 너랑 손잡고 걷는 게 너무 좋아.”

지유는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이야, 당연한 걸.”


지유가 천천히 서준의 팔짱을 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 햇살을 바라봤다.

“나도 그래.
우리 이렇게 오래 가자.”

서준은 그 말이 너무 기뻐서
가슴이 아릴 정도였다.

하지만 동시에 묘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렇게 좋은 게…
계속될 수 있을까?’


시험이 끝난 어느 날 밤,
두 사람은 자취방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지유가 소파에 기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서준은 그런 지유의 머리를 조심스레 자기 어깨 위에 살포시 눕혔다.

‘이 순간을…
영원히 붙잡고 싶다.’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는 사이,
지유가 눈을 뜨더니 작게 웃었다.

“왜 그렇게 뚫어져라 봐?”

“…너 예뻐서.”

지유는 얼굴이 살짝 빨개지더니
서준의 볼에 조용히 입맞췄다.


그 순간,
서준은 주체할 수 없이 벅차서 지유를 껴안았다.

“나 있잖아.”

“응?”

“이번엔…
정말 잘할 거야.
그러니까… 나 믿어줘.”

지유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이야, 이번엔이라니?”

서준은 순간 숨이 막혔다.

‘아차…’

이 세계의 지유는 과거의 기억을 전혀 모르는데,
그만 자신도 모르게 원래 세계에서 했던 후회들을 꺼내 버린 것이다.


서준은 허겁지겁 말을 돌렸다.

“아니, 그러니까…
앞으로 더 잘할 거라는 말이야.”

지유는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부드럽게 웃었다.

“바보야.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리고는 서준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서준은 그 손을 더 세게 꼭 잡았다.

‘절대로…
다시는 너를 놓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서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조그만 조급함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낮에는 괜찮았다.
캠퍼스에서 함께 웃으며 걷거나,
카페에서 공부하며 손을 맞잡고 있을 때면
정말 세상 모든 걸 가진 것 같았다.

그런데 밤이 되어 혼자가 되면
머릿속에 계속 관리자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입니다.”


서준은 불 꺼진 방에서 지유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바라보다
숨을 크게 내쉬었다.

‘나는 이번에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거야.
지유를 끝까지 지킬 거야.’

그러나 그 결심이 강해질수록,
서준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조그만 일에도 예민해졌다.
지유가 잠시 연락이 늦어도,
그녀가 다른 친구와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만 봐도
가슴 속이 쿡쿡 찔렸다.


“지유야.”

어느 날, 서준은 복도에서 지유를 붙잡았다.

“응? 왜?”

“오늘 저녁에는 다른 사람 만나지 말고 나랑만 있어 줘.”

지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야?
나 오늘 미리 약속 잡은 거 있잖아.
같이 수업 듣는 애들하고 스터디…”

서준은 그 말을 듣자 이상하게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거… 꼭 가야 해?”

지유는 잠시 서준을 바라보다
조금 당황한 듯 말했다.

“…왜 그래, 서준아?”


서준은 그 표정을 보고서야
자신이 너무 조급해졌음을 깨달았다.

“아, 아니야.
미안해…
그냥… 너랑만 있고 싶어서.”

지유는 그제야 작게 웃었다.

“바보야.
우리 내일도 볼 거잖아.”

그리고 서준의 손을 살며 꼭 쥐었다.

그 손이 따뜻해서,
서준은 더 불안해졌다.


밤이 되자,
서준은 혼자 방 안에서 무릎을 끌어안았다.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관리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다시 울렸다.

‘무슨 대가지…
지유를 또 잃게 되는 거야…?’

그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서준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안 돼.
이번엔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을 거야.’


며칠 뒤,
지유가 깜짝 선물을 주겠다며 서준을 불렀다.

“자, 눈 감아봐!”

“왜? 뭐야?”

“빨리~”

서준이 눈을 감자,
지유는 그의 손을 끌고 어디론가 갔다.

“자, 이제 떠!”

눈을 뜨자,
캠퍼스 옆 작은 공원 벤치 위에
조그만 케이크와 커다란 초가 꽂혀 있었다.

“오늘이 우리가 사귄 지 딱 100일 되는 날이잖아.”


서준은 그 말을 듣고
숨이 턱 막혔다.

지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나 사실 이런 거 별로 신경 안 쓰는데,
너랑은 꼭 해보고 싶었어.”

서준은 아무 말 없이 지유를 끌어안았다.

“지유야…”

“응?”

“사랑해.”

지유는 조용히 웃었다.

“나도.
서준아, 우리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있자.”


그 말이 너무 소중해서,
서준은 한참을 지유를 꼭 안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도무지 지울 수 없는 불안이 파고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과연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