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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기 위해, 다시

〈너를 찾기 위해, 다시〉 5부. 다시 선택

by 창작소설 글쓴이 2025. 7. 23.

《너를 찾기 위해, 다시》

5부. 다시 선택


계절이 또 한 번 바뀌었다.
교정에는 어느새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서준은 두툼한 패딩을 껴입은 지유의 손을 꼭 잡고 캠퍼스를 걷고 있었다.

지유는 손등이 빨개질 만큼 차가웠지만,
늘 그렇듯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난 이 계절이 좋아.
손이 차가우니까 더 네 손 잡고 싶어져.”

서준은 그 말에 애써 미소를 지었다.

‘네가 그렇게 말해줄 때마다 불안해져.
언제 또 이 손이 내 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게…’

그리고 더 강하게 지유의 손을 쥐었다.
그 손가락이 조금 아플 정도로.


그날 저녁,
두 사람은 자취방에서 작은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지유가 직접 사 온 케이크였다.

“오늘 기말고사 다 끝났으니까, 우리 축하해야지.”

서준은 한 입 먹었다.
부드러운 생크림 맛이 입안에 퍼졌지만
왠지 모르게 목이 메어 케이크가 잘 넘어가지 않았다.

“왜, 맛없어?”

지유가 물었다.
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랑 먹어서 더 달아.”

지유는 행복하다는 듯 살짝 웃었다.


그러나 그런 작은 순간들 속에서도
서준은 점점 예민해졌다.

하루는 지유가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조금 늦게 돌아왔다.
카톡 답장이 20분이나 비어 있는 사이
서준은 손에 식은땀을 쥔 채 휴대폰만 들여다봤다.

지유가 방에 들어오자
서준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전화도 안 받고.”

지유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

“미안해.
너무 시끄러워서 못 들었어.”

“근데, 그렇게 오래 걸릴 일이었어?
누구랑 있었는데?”


지유는 조금 당황한 듯 웃었다.

“같은 과 친구들이랑이야.
그중에 너 아는 윤기 오빠도 있고…”

그 말이 더 서준을 찔렀다.

“그 오빠랑은 왜 그렇게 자주 어울려?”

“야… 그게 무슨 말이야.
걔 그냥 우리 스터디 같이 하는 선배잖아.”

“너도 알잖아.
난 너가 다른 남자랑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거 싫어.”

지유는 잠시 멍하니 서준을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쉬었다.


“서준아, 너 요즘 왜 그래…”

“내가 뭘.”

“아니…
예전엔 이러지 않았잖아.
내가 조금 늦거나, 친구들이랑 있는 거 그렇게 신경 안 썼는데…”

서준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래, 예전엔 그러지 않았지.
그래서 널 놓쳤잖아.’

그러나 그 말을 꺼내진 못했다.


며칠 뒤,
서준은 괜히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지유가 친구들 모임에 간 날이었다.

혼자 방에 남아있자
머릿속에서 온갖 상상이 꼬리를 물었다.

지유가 웃으면서 다른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더 편하게 웃는 얼굴.

그게 너무 싫었다.
숨이 막혔다.


휴대폰을 붙잡은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몇 번이고 전화를 걸까 망설였다.

결국 참고 또 참다가
카톡으로 짧게 메시지를 보냈다.

[잘 들어갔어?]

답장이 오기까지 5분.
그 5분이 마치 5시간 같았다.

[응! 이제 막 집이야 ㅎㅎ
오늘은 그냥 밥만 먹고 들어왔어.]

서준은 그제야 조금 숨이 트였지만,
가슴 한구석은 여전히 아팠다.


며칠 후,
지유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서준아…
우리 요즘 조금 이상한 거 알아?”

“뭐가?”

“너가…
나를 너무 붙잡는 거 같아서.”

서준은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내가…?”

“응.
나도 네가 너무 좋고 우리 계속 이렇게 있고 싶어.
근데 가끔은 너 때문에 조금… 답답해.”

지유는 고개를 떨궜다.


그 말에 서준은 머리가 하얘졌다.

‘안 돼.
또 이렇게 될 순 없어.’

서준은 허겁지겁 지유의 손을 잡았다.

“미안해.
내가 너무 불안해서 그래.
근데… 나 너 없으면 진짜 아무것도 못 해.”

지유는 잠시 서준을 바라보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래서 더 속상해.”


며칠 뒤,
둘은 다시 캠퍼스 축제에 갔다.
지유는 억지로라도 분위기를 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우리 작년에도 여기서 불꽃놀이 봤잖아.
기억나?”

“응.”

지유는 밝게 웃으며 서준의 손을 잡았다.

“그때 네가 나한테 사랑한다고 했잖아.”

서준은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다.

하지만 그 불꽃놀이는
곧 이상하게 삐걱대며 찢어지듯 사라졌다.


서준은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봤다.
눈앞의 풍경이 마치 물감이 번지듯 일그러졌다.

지유의 웃음소리도 어딘가 멀게 울렸다.

“지유야…?”

그 순간,
다시 허공에서 들려온 그 목소리.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대가가 따른다고 했지요.”


갑자기 눈앞이 까마득해졌다.
서준은 손에 쥔 지유의 손을 더 세게 붙잡았다.

“안 돼…
제발…
이번엔 안 돼!”

그러나 지유의 모습은 점점 더 멀어지며 사라졌다.
불꽃놀이는 검은 그림자처럼 일그러져 꺼져갔다.

서준은 비명을 질렀다.

“지유야——!!”


눈을 떴을 때,
그는 다시 희뿌연 안개 속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관리자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또 실패했군요.”

서준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이를 악물었다.

“왜…
왜 다시 이곳이에요.
왜 또… 저한테 이런 걸 보여주는 거예요.”


관리자는 서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당신이 선택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또…
또 다른 세계로 가야 하나요?”

“그렇습니다.
당신의 선택이 계속되는 한,
당신은 계속 새로운 가능성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서준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요.
어디든 상관없으니, 다시 한 번…
지유를 만나게 해주세요.”


관리자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간절히 원하세요.
그 마음이 당신을 또 다른 세계로 이끌 것입니다.”

서준은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속으로 간절히 다짐했다.

‘이번에는…
정말 지유를 지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