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찾기 위해, 다시》
13부. 선택의 무게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던 오후,
서준은 학교 운동장 구석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저 멀리서
지유가 친구들과 웃으며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서준은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넋을 놓고 바라봤다.
가끔 공이 멀리 굴러오면
지유가 총총히 달려와 그것을 주워 다시 던졌다.
그때 치마자락이 살짝 펄럭이며
햇살을 가볍게 품었다.
옆에 앉아 있던 관리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보세요.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운지.”
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두 눈에 담기 바빴다.
관리자는 살짝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이 시간은 영원히 이렇게 흐를 것입니다.”
서준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영원히요…?”
“네.
지유는 늘 저기서 저렇게 웃고 있을 거고,
당신은 언제든 저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겠죠.”
서준의 가슴이 순간 크게 두근거렸다.
‘영원히…
늘 저렇게 행복한 지유를…’
하지만 이상했다.
마음 한 구석이 찬물에 담근 것처럼
서늘했다.
‘저 웃음이…
늘 같기만 하면,
지유는 언제 성장하지?’
바로 그때였다.
지유가 공을 쫓아 서준이 있는 벤치 쪽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숨을 헐떡이며 공을 주우려다
서준을 발견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오빠… 아니, 선배님!
왜 혼자 그렇게 멍하니 있어요?”
서준은 깜짝 놀랐다.
‘선배님…?’
지유는 그 말이 스스로도 이상했는지
볼을 붉히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사탕 하나를 꺼내
서준 손바닥 위에 살포시 올려놨다.
“기분 좋아지라고.
이거 먹으면 달콤해요.”
그리고 다시 총총히 친구들에게 달려갔다.
서준은 손바닥에 놓인 사탕을
꼭 쥐었다.
그 하얀 종이 포장에 작은 꽃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이렇게 계속 받기만 하는 게 과연 좋은 걸까?’
옆에 앉은 관리자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 사탕처럼
당신의 삶도 달콤하게만 만들 수 있습니다.”
“영원히…
이 모습 그대로요?”
“네.
아무런 상처도, 후회도 없이
늘 이렇게 웃는 지유만 보면서 살게 될 거예요.”
서준은 사탕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종이를 풀어 입에 넣었다.
작은 과일 맛이 혀끝에서 톡 하고 터졌다.
달았다.
정말 달았다.
하지만 그 단맛 뒤에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밀려왔다.
‘이건…
언제까지나 이 나이의 지유를 보는 거야.’
자라지 않을 지유.
함께 어른이 되지 않을 지유.
그리고 언젠가
같이 늙고 싶었는데,
그 미래가 아예 없는 것 같았다.
관리자가 다시 물었다.
“이 세계에 머무시겠습니까?”
그 목소리는
은근히 속삭이는 것처럼 달콤했다.
마치
“괜찮아, 여기 있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라고 달래는 듯.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관리자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왜죠?
당신은 이미 수없이 실패했고,
여기라면 다시는 지유를 잃지 않을 텐데.”
서준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운동장 저편에서
장난치며 웃는 지유를 바라봤다.
“난…
지유가 저렇게 늘 어린 모습으로 머무는 건 싫어요.”
관리자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나는…
같이 어른이 되고 싶어요.
같이 미래를 걱정하고,
같이 늙어서…
하얀 머리칼이 될 때까지,
그때도 지유 손을 잡고 있고 싶어요.”
잠시,
주위의 바람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
그러더니 관리자가 작게 웃었다.
“당신은 참 바보 같군요.”
“알아요.”
“하지만…
그게 사람다운 걸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관리자가 손을 내밀었다.
“그럼 또 다른 선택을 하러 가시죠.”
서준은 이번에는
주저하지 않고 그 손을 잡았다.
손바닥엔 아직
지유가 준 사탕 포장이 남아 있었다.
서준은 그걸 살포시 쥔 채
눈을 질끈 감았다.
‘지유…
다음 세계에서는
같이 나이를 먹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