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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기 위해, 다시

〈너를 찾기 위해, 다시〉 14부. 미련과 결단

by 창작소설 글쓴이 2025. 7. 27.

《너를 찾기 위해, 다시》

14부. 미련과 결단


운동장은 여전히 환했다.
햇빛이 벤치까지 길게 내려와
서준의 발등을 따뜻하게 덮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지유의 웃음소리가
그 무엇보다 맑고 예뻤다.

서준은 벤치에 가만히 앉아
손안의 작은 사탕 포장지를 천천히 펼쳤다.

하얀 종이에 그려진 조그만 꽃무늬가
어쩐지 눈시울을 찡하게 만들었다.


‘조그맣고 사소하지만…
지금까지 받았던 어떤 성공보다 소중해.’

서준은 그 사탕 껍질을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지갑 속에 조심히 넣었다.

‘나중에…
다시 지유를 만나면 보여줘야지.
그때 네가 내 손에 살며시 올려준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울컥했다.


그때 옆에서
관리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참 재미있군요.”

“뭐가요.”

“당신은
이 작은 사탕 껍질 하나에 그렇게 마음을 걸고 있잖습니까.”

서준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게…
사람이니까요.”


관리자는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이번에도 또 다른 세계로 가겠다고 결심하셨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 선택이 옳을까요?”

“…뭐라고요?”

“여기서는
당신이 늘 지유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유는 언제나 환하게 웃고 있었고,
당신은 절대 그 미소를 잃지 않았죠.”

서준은 그 말에
가슴이 묘하게 철렁했다.


관리자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갈 세계에서는
지유가 당신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고,
당신을 끝내 만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서준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럼에도 가시겠습니까?”

“…”

“영원히 지유를 바라만 볼 수 있는 이 세계를 두고,
또다시 아플지도 모르는 선택을 하겠습니까?”


잠시,
서준의 시야가 흔들렸다.

운동장에서는
여전히 지유가 친구들과 웃으며 놀고 있었다.

햇빛이 너무 눈부셔
지유가 천천히 뒤를 돌아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여기서 그냥 같이 있자’고
작게 속삭이는 듯.


서준은 잠시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냥…
여기 남아도 되지 않을까.
늘 저 웃는 얼굴만 보면 되는데…’

하지만 가슴 한편에서
더 깊은 진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난…
지유와 같이 살아가고 싶어.
함께 성장하고, 함께 고민하고,
같이 늙어가고 싶어.’

여기서는
그게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눈을 떴다.

관리자가 여전히 부드럽게 물었다.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후회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앞으로 가고 싶어요.”

“왜죠?”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사랑은
이젠 싫으니까요.”


관리자는 작게 웃었다.

“좋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어리석고,
그래서 더 사람답군요.”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서준은 이번에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그 손을 잡았다.


손을 잡는 순간
운동장이 마치 유리조각처럼 깨져 나갔다.

햇빛도, 친구들의 웃음소리도
조용히 가라앉으며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멀리 서 있는 지유가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괜찮다’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눈가가 젖었다.

‘기다려…
꼭 다시 갈게.’

그리고 서준은
관리자와 함께
빛으로 이루어진 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