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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기 위해, 다시

〈너를 찾기 위해, 다시〉 20부. 작은 여행, 우리만의 밤

by 창작소설 글쓴이 2025. 7. 30.

《너를 찾기 위해, 다시》

20부. 작은 여행, 우리만의 밤


봄이 깊어지던 어느 날이었다.

“우리…
짧게라도 어디 다녀올래요?”

서준이 문득 물었다.

지유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곧 살짝 웃었다.

“좋아요.
저… 사실 요즘 너무 바빠서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거든요.”

“그럼 도망쳐요.
나랑 같이.”


그렇게 둘은
작은 가방 하나씩만 챙겨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시골 마을로 향했다.

기차를 타고 창가에 나란히 앉아
서준은 지유의 손을 꼭 잡았다.

“오랜만에 기차 타니까 좋다.”

지유가 창문 너머 들판을 보며 말했다.

“응.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달리기만 해도 좋은 것 같아.”

서준은 지유가 그렇게 말할 때
마음이 이상하게 시리도록 행복했다.


작은 펜션에 도착했을 땐
해가 거의 지고 있었다.

사장님이 친절히 방을 안내해주었다.

통나무로 지은 펜션 안에는
작은 벽난로가 있었고,
테라스 문을 열면 숲이 가까이 다가왔다.

지유는 커튼을 열고 밖을 내다보며
숨을 가만히 고르더니 말했다.

“너무 좋다…
진짜 우리만 있는 것 같아.”


밤이 되자
둘은 테라스에 나란히 앉아
작은 휴대용 스피커로 음악을 틀었다.

잔잔한 재즈 선율이
풀벌레 소리 사이로 스며들었다.

서준은
조용히 지유의 손을 잡았다.

“나 있잖아.
지유 씨랑 이렇게 있으니까
진짜 세상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지유는 작게 웃으며
서준 어깨에 조심스레 기대왔다.


“나도 그래요.
뭔가…
조금 무섭도록 좋아요.”

“왜 무서워요?”

“이게…
언제까지일까, 그런 생각이 가끔 들어서.”

서준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조심스럽게 지유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요.
나는…
이번엔 진짜로 끝까지 지유 씨 옆에 있을 거예요.”


지유는 잠시 서준을 올려다보더니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응…
나도 믿어볼게요.”

그 목소리가
조용히, 그러나 깊게 서준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날 밤
둘은 작은 벽난로 앞에 앉았다.

서준이 조그만 와인잔을 내밀자
지유가 잔을 맞댔다.

‘챙—’
맑은 소리가 울렸다.

“우리 뭐 축하하는 거예요?”

“그냥…
오늘.
지금.”

지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인을 한 모금 마신 지유는
작게 몸을 웅크리더니
서준에게 바짝 다가왔다.

“따뜻해요…”

“난…
지유 씨가 있어서 더 따뜻해요.”

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지유의 어깨를 살포시 끌어안았다.

지유는 살짝 놀란 듯 했지만
곧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더 가까이 몸을 기댔다.


벽난로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지유 얼굴에 그림자가 스쳤다.

서준은
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살포시 이마에 입맞췄다.

지유가 눈을 살짝 떴다.

“우리…
이대로만 있자.”

“응.
우리 이대로만 있어요.”


밤이 깊어가자
서준은 테라스 문을 살짝 열었다.

조그만 바람이 들어와
벽난로 냄새와 섞였다.

지유가 담요를 둘러쓰고 서준 곁에 섰다.

“저 별 좀 봐요.”

밤하늘엔
무서울 만큼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렇게 많이 떠 있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서준은
조용히 지유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속으로 깊이,
아주 깊이 다짐했다.

‘이번에는…
절대로 무너뜨리지 않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지유를 지킬 거야.’

지유는 그런 서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별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펜션 방으로 들어와
조용히 불을 끈 뒤에도
서준은 한참을 지유를 바라봤다.

‘이렇게 숨소리까지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지유가 조용히 눈을 감고
서준 쪽으로 몸을 더 기대왔다.

서준은 그 작은 체온이
가슴 속을 가만히 태우는 걸 느꼈다.

‘이번엔…
진짜 지킬 거야.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