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찾기 위해, 다시》
23부. 흔들리는 경계
밤에 잠에서 깼다.
가슴이 이상하게 쿡쿡 찔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방 안은 조용했다.
그런데…
창가 커튼이 아주 천천히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흔들렸다.
‘바람…?’
하지만 창문은 닫혀 있었다.
서준은 가만히 숨을 죽였다.
그러다
커튼 뒤 어둠이 살짝 일그러지며
마치 누군가 서 있는 것 같았다.
“누… 누구 있어요?”
작게 떨리는 목소리.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서준은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 앞으로 다가갔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조심스레 커튼을 확 제쳤다.
텅 빈 밤이었다.
창문 밖에는
가로등 불빛 아래 골목길만 조용히 늘어져 있었다.
서준은 다리에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왜 이러지…
왜 자꾸…’
손으로 가슴을 꾹 누르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다음 날,
지유를 만나서도
서준은 괜히 손을 더 꼭 잡았다.
지유가 웃으며 물었다.
“또 왜 이래요.”
“그냥…
오늘은 더 잡고 싶어서.”
지유는 아무 말 없이
손가락을 살짝 얽었다.
그 작고 따뜻한 손이
서준을 간신히 붙들어 주는 것 같았다.
며칠 뒤,
서준은 연습실에서 기타를 치다
문득 허리를 펴고 주변을 둘러봤다.
연습실 구석에 놓인 거울 속에서
자기 얼굴을 봤는데
순간 이상했다.
거울 속 서준이
어딘가 너무 낯설었다.
눈동자가
조금 더 어두운 색으로 번들거리는 듯 보였다.
“………”
서준은 기타를 내려놓고
거울 앞에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거울 위를 살짝 문질렀다.
손끝에 닿은 건
차갑고 매끈한 유리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마치 거울 속 자신이
살짝 비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착각이야…
착각.’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던 길,
골목을 돌자 누군가 서 있었다.
정갈한 검은 정장.
빛도 그림자도 닿지 않는 눈.
서준은 숨이 멎었다.
“…당신…”
관리자는 조용히
가볍게 목례를 했다.
“오랜만입니다.”
서준은 이를 악물었다.
“왜 나타난 거예요.”
“당신이 불러낸 겁니다.”
“뭐?”
“당신 안의 두려움이
저를 다시 불러낸 거지요.”
관리자는 아주 부드럽게 웃었다.
“왜 그렇게 불안해합니까?
당신이 원했던 세계 아닙니까.”
서준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맞아요.
이 세계…
맞아요, 내가 원했어요.”
그러다 고개를 들어
관리자를 똑바로 바라봤다.
“근데…
나는 이걸 놓치기 싫어서 불안한 거예요.”
“흠…”
관리자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그렇게까지 이 삶이 좋습니까?”
“네.”
서준은 단호히 말했다.
“지유가 있잖아요.
그 사람이 내 옆에 있는 한…
다른 건 다 필요 없어요.”
“하지만 알잖습니까.”
관리자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당신이 무언가를 얻으면
반드시 무언가를 잃어야 한다는 걸.”
서준은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곧
두 손을 꽉 쥐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내 손으로 붙잡을 거예요.”
“정말 그렇게 자신 있습니까?”
“있어요.”
숨을 깊게 고르고
다시 한 번 단호히 말했다.
“절대 포기 안 할 거예요.
지유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거예요.”
관리자는 잠시 서준을 가만히 바라보다
천천히 웃었다.
“좋습니다.
그 의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지켜보지요.”
그리고 그대로
어둠 속으로 스르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거기 없었던 것처럼.
서준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가슴을 움켜잡았다.
‘괜찮아…
괜찮아…
나는 이번에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려
지유에게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