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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기 위해, 다시〉 29부. 마지막 시험

by 창작소설 글쓴이 2025. 8. 5.

《너를 찾기 위해, 다시》

29부. 마지막 시험


결혼식 전날 밤이었다.

서준은 혼자 집에서
웨딩사진 샘플을 한 장 꺼내
오래 바라봤다.

사진 속에서
지유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웃고 있었다.

그 미소가 너무 소중해서
서준은 괜히 손끝으로 사진 위 지유의 얼굴을 살짝 쓰다듬었다.

‘내일이면…
진짜 우리 둘만의 세상이 시작되는 거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안이 가시지 않았다.

창가에 걸린 커튼이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벽에 걸린 시계 초침 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기이하게 느리게 들렸다가
갑자기 빠르게 움직였다.

‘안 돼…
제발…
내일까지만…’

서준은 숨을 크게 몰아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

하객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고,
홀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서준은 대기실에서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턱시도를 입은 자신이
어딘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이제야…
여기까지 왔는데…’

문득
거울 속에서 자신의 눈빛이
순간 잿빛으로 번쩍였다.


“서준 씨.”

지유가 대기실 문을 살며시 열었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지유.

서준은 그 순간
모든 불안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저 눈앞의 지유가 너무 예쁘고,
숨이 막힐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와…”

“왜 그렇게 봐요…”

“그냥…
너무 예뻐서 그래요.”

지유는 수줍게 웃으며
서준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우리 이제 진짜 시작이에요.”

“응.
우리…
절대로 헤어지지 말자.”

지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로.”


입장 순서가 다가왔다.

서준은 숨을 고르고
드디어 지유와 함께 문 앞으로 섰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하얀 꽃길이 길게 이어졌다.

하객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서준은 지유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 순간
바닥이 살짝 흔들렸다.

처음엔
그저 긴장으로 그렇게 느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곧
천장에 달린 조명이
작게 깜빡이더니
흔들리기 시작했다.


‘안 돼…
지금 이 순간만은…’

서준은 이를 꽉 물고
더 세게 지유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꽃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그때였다.

하객석 중간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조용히 일어섰다.

서준은 피가 싸늘해졌다.

관리자.

그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입술을 아주 작게 움직였다.

“준비되셨습니까?”


서준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지유가 놀란 듯 서준을 바라봤다.

“왜 그래요…?”

“아니야…
괜찮아.”

“근데 얼굴이…”

“괜찮아.
우리 지금…
우리 결혼하러 가는 거야.”


꽃길 끝,
주례가 서 있는 단상에 다다랐을 때
세계가 갑자기 크게 일그러졌다.

벽과 천장이
마치 물 속에 잠긴 듯
흐드득 흔들렸다가
형체가 무너졌다.

하객들의 얼굴이
잠깐 일그러진 가면처럼 보였다.


“안 돼…
제발…
제발 그러지 마…”

서준은 작게 중얼였다.

그러자
바로 눈앞에
관리자가 나타났다.

지유가 놀라
작게 비명을 질렀다.

“저 사람… 누구예요…?”


관리자는 잔잔히 웃었다.

“축하드립니다.
마지막 시험에 오신 걸.”

서준은 숨을 헐떡이며
관리자를 노려봤다.

“무슨 시험…
우린 지금 결혼하는 거라고!”

“당신은 언제나 원했죠.
지유와 함께할 수 있는 삶을.”

“그래…
맞아.
이제야 겨우 여기까지 왔어…”


“하지만…”
관리자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당신은 아직도
무언가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싫어…
아무것도 안 내놓을 거야.
지유만 있으면 돼.”

“그럼 대가를 치를 겁니다.”


순간
결혼식장이 크게 흔들렸다.

꽃잎이 바닥에서 허공으로 솟았다가
마치 뒤집힌 폭포처럼 쏟아졌다.

하객들의 얼굴이
순간 검게 번져 사라졌다.

서준은 떨리는 손으로
지유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지유 씨…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지유는 겁먹은 얼굴로
서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나…
무서워요…”

서준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관리자를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


“뭐든 내놔야 한다면…
내 모든 걸 가져가.
하지만 지유만은 놔둬.
지유만은…
제발.”

관리자가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좋습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그 마음, 끝까지 지킬 수 있는지
보여주시죠.”


순간
서준의 의식이
커다란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듯
깊이 꺼져내렸다.

지유의 손을 꼭 잡은 채
눈앞이 까맣게 가라앉았다.

‘지유…
끝까지 같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