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찾기 위해, 다시》
30부. 끝, 그리고 다시
의식이 가라앉았다.
끝없이 깊은 바닷속으로
몸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숨이 막혔고
손끝이 서서히 차가워졌다.
그 와중에도
서준은 지유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놓치지 않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러나 결국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는 감각.
그리고…
갑자기 환한 빛.
눈을 번쩍 뜬 서준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허억…!”
주위를 둘러보았다.
낯선 골목.
하얗게 벗겨진 담장,
바람에 흔들리는 빨랫줄.
숨소리가 허공에서 메아리쳤다.
‘여긴… 어디…?’
그때
저 멀리서 들려오는 익숙한 웃음소리.
서준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멀리서
흰 셔츠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친구들과 웃으며 걸어오는 지유를 보았다.
그 순간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지유…’
하지만 곧 깨달았다.
지유의 손가락엔
반지가 없었다.
그리고 서준을 스쳐지나가며
아무런 표정 없이 웃기만 했다.
‘여긴…
또 다른 세계…?’
숨이 막혔다.
몇 번이나 반복된 리셋,
그리고 그 끝에서 또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지유와 마주한 현실.
“안 돼…
이제 그만…”
서준은 무릎을 꿇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제발…
이제 그만 좀 해…”
그 순간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
“당신은 끝까지 지유를 택했죠.”
서준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곳엔
관리자가 서 있었다.
“당신이 원하는 건
이 사람 하나뿐이었죠.”
“그래…
맞아.
나 지유만 있으면 돼.”
“그래서 수없이 반복하게 된 겁니다.”
관리자는 서준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신에게 선택권을 주겠습니다.”
“선택…?”
“네.
이제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관리자가 손을 들어
서로 다른 두 갈래 빛을 만들었다.
한쪽은
부드럽게 빛나며 따뜻해 보였다.
다른 쪽은
깜깜하고 끝을 알 수 없었다.
“첫 번째 길은
지유와 영원히 같은 세계에 머물며
더는 어떤 리셋도 겪지 않는 대신
당신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질 겁니다.”
“즉…
이 사랑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지만
당신 자신은 서서히 사라지겠죠.”
“그리고 두 번째 길은
당신 혼자 이 모든 리셋을 끝내고
더 이상 어떤 평행세계도 없이
그저 완전히 끝내는 겁니다.”
서준은 숨이 막혔다.
“그럼…
지유는…?”
“당신이 끝내면
이 세계도, 지유도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겠죠.”
서준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눈을 질끈 감았다.
‘끝까지…
끝까지 지유랑 있고 싶다고 했잖아…’
하지만 문득
지유가 환하게 웃으며
“우리 그냥 오늘 더 많이 좋아해요.”
라고 했던 그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래…
지유는 늘 지금을 소중히 여겼어.’
서준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관리자를 똑바로 바라봤다.
“난…
지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없어도?”
서준은 숨이 가쁘게 흔들렸지만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네.
나 없이도 지유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웃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관리자가 조용히 웃었다.
“드디어 진짜 사람답군요.”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선택하십쇼.”
서준은 떨리는 손을 들어
검고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을 향해 손을 뻗었다.
순간
눈앞에 지유가 나타났다.
눈물을 글썽이며
작게 속삭였다.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서준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지유야…
사랑해.”
그리고 손을 꽉 쥐었다.
빛이 꺼졌다.
모든 게 조용히 무너졌다.
……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땐
어느 한적한 벤치에 앉아 있었다.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서준은 손을 내려다봤다.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이제…
정말 끝난 건가.’
그때
저 멀리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서준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놀란 듯
가슴이 멎었다.
멀리서
하얀 원피스를 입고 웃으며
친구들과 걸어가는 지유가 보였다.
지유가
문득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작게, 정말 작게
서준을 향해 웃었다.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서준은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래…
이렇게라도 좋다.’
그리고
가슴에 손을 얹었다.
‘다음에…
어딘가에서 또 만나자.
그때는…
평범하게 다시 사랑하자.’
🌸 완결
《너를 찾기 위해, 다시》
30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