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작은 무대》
21부. 더 큰 기회, 더 깊어진 마음
뮤직비디오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공개되었다.
SNS와 유튜브에 올라간 영상은
학교 음악실에서 연습하던 모습, 운동장에서 장난치던 장면,
그리고 네 사람이 함께 웃던 순간들을 하나로 엮어 만들어졌다.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렸다.
“진짜 풋풋하다… 이런 고등학교 밴드 있으면 나도 팬하겠다.”
“목소리 너무 맑아서 이상하게 눈물이 난다.”
“기타 치는 애 눈빛이 왜 이렇게 뚫어지게 보냐…”
하은은 그 댓글을 읽으며 얼굴이 빨개졌다.
“야… 너 봐봐.
‘기타 치는 애 눈빛’ 이거 완전 너 얘기잖아.”
민준은 민망해서 휴대폰을 빼앗았다.
“그만 봐, 진짜.”
준호는 배를 잡고 웃었다.
“야, 너 인기 많으면 나중에 싸인 부탁해야겠다.”
유리는 조용히 웃으며 댓글을 하나하나 스크롤 했다.
며칠 뒤,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준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 회사에서 정식으로 EP 앨범 한 장 내보는 게 어떨지 이야기해보고 싶다더라.”
하은이 그 연락을 듣고 음악실에 달려와 숨도 고르지 못한 채 말했다.
“우리… 진짜로 앨범 낼 수도 있는 거야?”
민준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에 ‘앨범’이라는 단어가 크게 울렸다.
그건 그냥 TV에서 보던, 혹은 동경만 하던 단어였다.
준호가 스틱을 돌리며 말했다.
“야… 우리 학교 밴드 맞냐?
갑자기 스케일 미쳤는데?”
유리는 작게 손을 꼭 쥐었다.
“앨범… 그럼 우리 노래가 진짜 세상에 남는 거네.”
하은은 피아노 의자에 앉아 눈가가 붉어졌다.
“나 옛날부터 이런 게 꿈이었는데…
진짜로 될 줄은 몰랐어.”
민준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그날 밤, 네 사람은 분식집에 모여 떡볶이를 앞에 두고 앨범 이야기를 나눴다.
“야, 근데 EP면 몇 곡 정도 들어가는 거냐?”
“보통 네다섯 곡?
우리 지금까지 만든 노래로도 꽉 채울 수 있어.”
“타이틀은 당연히 ‘우리의 작은 무대’지?”
“당연하지.”
하은은 떡볶이를 집어먹으며 작게 웃었다.
“우리 진짜 여기까지 왔네.
처음엔 학교 음악실에서 그냥 장난처럼 시작했는데…”
유리는 젓가락을 꼭 쥐었다.
“우리… 이대로 더 멀리 가자.”
민준은 그 말을 듣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같이 가자.”
기획사에서 정식 미팅을 하자고 연락이 왔을 땐,
민준은 이상하게 밤잠이 잘 오지 않았다.
잠들기 전, 이어폰으로 ‘우리의 작은 무대’를 들었다.
이어폰 너머로 들리는 하은의 목소리가 더 가까웠다.
‘조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너와 내가
같은 노랠 부르고 있으니까…’
민준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속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하은아…
우리 진짜 여기까지 왔네.”
며칠 뒤, 네 사람은 기획사 사무실로 갔다.
작지만 깔끔한 사무실에는 밴드를 담당한다는 매니저가 앉아 있었다.
“뮤직비디오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우리도 사실 이렇게 빨리 화제가 될 줄은 몰랐거든요.
그래서 내부적으로 EP 앨범 한 번 내보자는 이야기 나왔고,
스페이스러브가 그 첫 번째가 됐으면 좋겠어요.”
하은은 숨을 죽이며 들었다.
유리는 준호의 손을 살짝 잡았다.
민준은 조용히 숨을 고르고 물었다.
“근데… 우리 같은 고등학생이 이런 거 해도 괜찮아요?”
매니저는 웃었다.
“물론 괜찮죠.
그리고 그 순수함이 여러분만의 색이에요.”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네 사람은 지하철 역사 벤치에 앉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하은이 작게 말했다.
“우리 진짜 앨범 낸대.”
준호가 고개를 젖히며 크게 웃었다.
“야… 나 진짜 이제 꿈 이뤘다.”
유리는 눈가를 살짝 훔쳤다.
“엄마가 맨날 ‘넌 도대체 학교 끝나면 맨날 어디 가서 뭐하냐’ 하셨는데…
이제 당당히 말할 수 있겠다.”
민준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서울의 밤하늘엔 별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아.
이 사람들 있으니까.’
그날 밤, 민준은 음악실에서 기타를 치다
문득 옆에서 피아노를 치던 하은을 바라봤다.
“하은아.”
“응?”
“너 진짜… 우리 아니었으면 혼자 어디까지 갔을까?”
하은은 손가락을 멈추더니,
조용히 민준을 바라봤다.
“어디까지 갔어도,
아마 지금만큼 행복하진 않았을 거야.”
“왜.”
하은은 피식 웃었다.
“내 노래 옆에 네 기타 없으면,
내가 부르는 노래 같지가 않을 것 같아서.”
민준은 기타를 내려놓고,
조용히 하은의 손을 잡았다.
“나 너 옆에 계속 있고 싶어.”
하은은 살짝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작게 웃었다.
“나도.
우리 앞으로 더 커져도…
계속 이렇게 손잡자.”
민준은 그 손을 꼭 잡았다.
“응.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