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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작은 무대

우리의 작은 무대 - 23부. 우리의 노래가 세상에 닿다

by 창작소설 글쓴이 2025. 7. 16.

《우리의 작은 무대》

23부. 우리의 노래가 세상에 닿다


앨범 발매일 전날 밤, 네 사람은 음악실에 모였다.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음원 사이트에 등록된 자신들의 이름을 바라보았다.

“스페이스러브… 우리의 작은 무대… 진짜 뜬다.”

하은이 숨죽여 속삭였다.

민준은 아무 말 없이 테이블 위 스마트폰 화면을 가만히 바라봤다.
거기엔 이제 정말로 그들의 이름이 있었다.
스마트폰 너머에서 세상으로 뻗어나갈 노래들이,
하은의 목소리와 민준의 기타, 유리의 베이스, 준호의 드럼이
EP 앨범 ‘우리의 작은 무대’라는 이름으로 함께 적혀 있었다.

“야, 이거 캡처해놔.
나중에 우리가 더 유명해지면 이거 진짜 보물 될걸.”

준호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는 살짝 웃으며 캡처를 누르고는 고이 저장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정오,
음원 사이트에 앨범이 정식 발매되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네 사람은 음악실에 다시 모였다.
하은이 스마트폰으로 음원 사이트에 접속했다.

“떠… 떴어.”

민준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때 문득 음악실 창문으로 들어온 오후 햇살이
네 사람의 얼굴을 살짝 비췄다.

“이제 우리 노래, 진짜 세상에 나갔네.”

유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은은 그 자리에서 이어폰을 끼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작은 이어폰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녹음실에서 들었던 것보다 더 선명했다.

“조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너와 내가
같은 노랠 부르고 있으니까…”

하은은 노래를 듣다 고개를 푹 숙였다.
민준이 옆에서 살짝 물었다.

“왜.”

“…나 너무 벅차서.”

하은은 고개를 들었는데, 눈가가 빨개져 있었다.

“우리 노래가… 진짜로 세상에 나갔어.”

민준은 그런 하은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응.
우리 같이 만든 노래니까 더 좋다.”


그날 저녁, SNS에는 놀랍게도 낯선 사람들의 메시지와 댓글이 계속 올라왔다.

“지나가다 들은 노래인데 너무 좋아서 찾아왔어요.”
“보컬 목소리 무슨 일이에요… 계속 귀에 맴돌아요.”
“이 팀 기타 너무 좋아요. 노래 감정이 진짜 살아있네요.”

하은은 댓글을 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
유리는 그 댓글을 하나하나 읽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는 더 못 참겠다는 듯 말했다.

“야,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가자! 오늘은 무조건 파티다.”


떡볶이 집 테이블에 앉아서도,
네 사람은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와… 진짜 우리 노래 듣고 울었다는 사람도 있어.”

하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짜?”

“응.
‘요즘 너무 힘들었는데 이 노래 듣고 위로 받았어요’ 이랬어.”

민준은 괜히 숨이 막혔다.

‘내가 친 기타, 하은이 부른 노래, 유리 베이스, 준호 드럼…
그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됐다고?’

그 사실이 너무 낯설고, 그래서 더 기뻤다.


밤이 되어 음악실로 돌아오자, 준호와 유리는 먼저 집으로 갔다.
하은과 민준만이 음악실에 남았다.

하은은 피아노에 살짝 앉아 조용히 손가락으로 건반을 눌렀다.

“우리 이제 진짜 밴드 같다.”

민준은 웃으며 기타를 들고 하은 옆에 앉았다.

“그때 너랑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냐.”

“기타 치다 들킨 거?”

“응.”

하은은 피식 웃었다.

“그때 나 너 되게 차가운 애인 줄 알았어.
근데 지금은…
그때보다 백배, 천배 더 좋다.”


민준은 기타를 내려두고 조용히 하은을 바라봤다.
그리고 살짝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우리 앞으로 더 커질 거야.
앨범도 더 내고, 더 큰 무대도 설 거고…
근데 나는 계속 이렇게 네 옆에 있고 싶어.”

하은은 천천히 미소 지었다.
그리고 민준의 손을 잡았다.

“우리 어디까지 갈지 몰라도…
같이 가자.”

민준은 조용히 이마를 하은에 맞댔다.

“응.
같이 가자.”


그날 밤, 하은은 음악실 불을 끄고 민준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밤하늘에는 별이 반짝였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들던 별들이
이 작은 시골 학교 하늘에선 마치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다.

하은이 작게 속삭였다.

“우리 노래… 저 별까지 갔을까?”

민준은 하늘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하은의 손을 더 꼭 잡았다.

“갔을 거야.
그리고 앞으로 더 멀리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