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작은 무대》
27부. 프로가 된다는 것, 그리고 우리
서울에서의 계약 날,
하은은 아침부터 계속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너 진짜 떨리냐?”
준호가 킥킥 웃으며 물었다.
“당연하지…
너는 안 떨려?”
“나?
나 완전 긴장됐지.”
유리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 진짜 우리 이름으로 계약서에 사인하는 거야.”
민준은 기타 케이스를 두 손으로 꼭 잡았다.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 knuckle이 하얗게 변했다.
회의실 문을 열자,
며칠 전 미팅했던 그 자리에서 다시 A&R 팀장과 매니저가 네 사람을 맞았다.
책상 위에는 스페이스러브라는 이름이 적힌 정식 계약서가 놓여 있었다.
“긴장 많이 됐죠?
이건 그냥 출발점이에요.
앞으로 더 많은 무대, 더 큰 무대에서 같이 웃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은은 작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민준을 바라봤다.
민준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같이 가자.’
계약서에 사인을 하자,
A&R 팀장이 환하게 웃으며 네 사람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앞으로 우리 정말 좋은 음악 만들어봐요.
여러분 색깔 그대로.”
하은은 그 자리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유리는 두 손을 입가로 가져가 숨죽여 웃었다.
준호는 “이제 진짜 프로 됐다!” 하고 소리쳤고,
민준은 아무 말 없이 하은의 손을 조용히 잡았다.
그날 오후, 기획사에서 준비한 대형 스튜디오에 처음 들어섰다.
학교 음악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벽마다 고급 장비가 꽉 차 있었고
중앙에 놓인 믹싱 콘솔은 버튼과 다이얼이 수십 개였다.
하은은 “우와…” 하고 작게 감탄했다.
“우리 이제 여기서 녹음하는 거야?”
유리는 고개를 돌려 네 사람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좀… 무섭기도 해.”
민준은 웃으며 기타 줄을 튕겼다.
“우리 언제나처럼 하자.
그게 제일 잘됐잖아.”
프로필 사진 촬영 날에는
스태프들이 옷을 고르고, 메이크업을 해주었다.
하은은 화장을 다 받고 난 뒤
거울을 보며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나 이상하지 않아?”
민준은 피식 웃었다.
“너는 그냥 맨얼굴이 더 예쁜데.”
하은은 그 말을 듣고 작게 웃었다.
촬영이 시작되자,
포토그래퍼는 “네 명이 좀 더 붙어볼까요?” 하고 말했다.
하은은 민준 옆에 살짝 기대서 섰다.
준호는 일부러 유리 쪽으로 다가가 장난스럽게 팔을 걸었다.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렸다.
‘우리 진짜 밴드구나.’
민준은 마음속으로 작게 웃었다.
촬영을 마치고 서울 거리를 걷던 네 사람은
골목길 조그만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시켜 먹었다.
하은은 얼굴 가득 웃으며 말했다.
“야, 우리 계약하고도 떡볶이 먹네.”
“야, 이게 우리 색깔이거든.”
준호가 웃었다.
유리는 작은 젓가락으로 떡볶이를 찍어먹으며 말했다.
“이제 진짜 어디까지 갈까…
앨범 더 내고, 방송도 하고, 페스티벌도 서고…”
하은은 민준을 바라보았다.
민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밤거리를 네 사람은 장난치며 걸었다.
준호가 갑자기 유리를 향해 “달리기!” 하고 외치더니
유리는 비명을 지르며 따라 뛰었다.
하은은 민준 손을 잡고 웃었다.
“저 둘 완전 애들 같다.”
“우리도 별 다를 거 없잖아.”
“맞아.”
하은은 민준 손을 더 꼭 잡았다.
그날 밤, 네 사람은 숙소에 돌아왔지만
잠이 오지 않아 옥상으로 올라갔다.
밤바람이 시원했다.
멀리까지 늘어선 서울 불빛이 보였다.
하은은 난간에 팔을 올려두고 민준을 바라봤다.
“있잖아.
나 앞으로 뭐가 어떻게 될지 하나도 모르겠어.”
“나도.”
민준은 솔직히 말했다.
“근데…
이렇게 너랑 손잡고 노래하고 있으면 괜찮을 거 같아.”
하은은 작게 웃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우리 이렇게 살자.”
민준은 하은의 손을 꼭 잡았다.
“응.
우리 이렇게 살자.”
그날 밤, 숙소 창문 너머로 들어온 가로등 불빛이
하은의 머리칼을 살짝 비췄다.
민준은 하은 이마에 살짝 입맞추며 속삭였다.
“앞으로 뭐가 있든,
네 옆에서 기타 칠게.”
하은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나도 계속 네 옆에서 노래할게.”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마를 대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