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작은 무대》
29부. 첫 단독 공연, 그리고 더 깊은 고백
정규 앨범이 발매되고 한 달이 지나자,
기획사에서 드디어 첫 단독 공연을 준비하자고 했다.
지방에서부터 따라오던 소규모 팬들과,
서울에서 뮤직비디오와 방송으로 알게 된 사람들을 초청해
작은 공연장 하나를 통째로 빌렸다.
하은은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민준을 바라봤다.
“진짜 우리만의 무대야…
다른 팀 없고, 오직 우리 노래만 하는 무대.”
민준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이제 진짜다.”
공연 하루 전,
리허설이 끝난 무대 뒤에서 네 사람은 각자 작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하은은 긴장한 듯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렸다.
유리는 고개를 숙여 숨을 고르고 있었다.
준호는 스틱을 돌리다 말고 “야, 나 지금 손에 땀 차는 거 봐라” 하고 웃었다.
민준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근데…
우리 지금까지 잘 왔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진짜 대단하지 않냐.”
하은은 민준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맞아.
우리 네 명이서 다 만들어온 거니까.”
리허설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공연장 입구엔 이미 내일을 위해 붙여둔 포스터가 있었다.
《스페이스러브 첫 단독 콘서트 - 우리의 작은 무대》
하은은 그 포스터 앞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진짜 우리 이름이 저렇게 붙어있어…”
유리는 조용히 웃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는데.”
준호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야, 저거 우리 부모님한테 보여주면 완전 난리나겠다.”
밤이 되자, 네 사람은 공연장 근처 숙소로 돌아갔다.
준호와 유리는 일찍 자겠다고 방으로 들어갔고,
민준과 하은은 잠깐 바람을 쐬러 숙소 근처 작은 공원을 걸었다.
가로등 불빛이 은은히 내려앉은 공원 벤치에 둘은 나란히 앉았다.
하은이 조용히 말했다.
“나 있잖아…
무대 올라가면 혹시 목소리 안 나올까 봐 진짜 무서워.”
민준은 가만히 하은을 바라봤다.
“근데 나는 네 노래가 틀리거나, 목소리가 잠기거나 그래도 좋을 것 같아.”
하은은 고개를 돌려 민준을 바라봤다.
“왜?”
“그냥…
네가 내 옆에서 노래하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하니까.”
하은은 가만히 웃더니,
민준의 어깨에 살짝 기대왔다.
“나 앞으로도 계속 너 옆에서 노래할래.”
민준은 숨을 고르고 조용히 말했다.
“나도 계속 네 옆에서 기타 칠 거야.”
그리고 민준은 살짝 몸을 돌려
하은의 이마에 입맞췄다.
하은은 눈을 감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왜.”
“네가 있어서…
내 노래가 더 살아나.”
다음 날, 드디어 첫 단독 공연.
무대 뒤에서 네 사람은 모여 손을 포개 올렸다.
하은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우리 오늘도 언제나처럼 하자.”
유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노래, 다 사랑받을 거야.”
준호는 크게 웃었다.
“자, 가자!”
무대에 오르자,
관객석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앞줄엔 아직 어린 팬들도 있었고,
멀리서 플래카드를 흔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은은 마이크를 잡은 손이 떨렸다.
민준은 그런 하은을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첫 코드가 울렸다.
“조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너와 내가
같은 노랠 부르고 있으니까…”
하은의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민준은 기타를 치며 관객들을 바라보다가
결국 하은을 바라봤다.
하은은 노래를 부르다 민준을 보며 웃었다.
그 순간, 민준은 모든 게 괜찮다고 느꼈다.
곡이 끝나자, 관객석에서 큰 환호가 터졌다.
하은은 마이크를 꼭 잡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고마워요…
우리 노래 들어줘서.”
민준은 기타를 조용히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이게… 우리가 원하던 거였지.’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 모여 앉자
네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준호가 먼저 말했다.
“야… 우리 진짜 해냈다.”
유리는 작게 웃으며 눈가를 훔쳤다.
“나 지금 너무 행복해.”
하은은 민준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우리 계속 이렇게 하자.”
민준은 하은의 손을 잡았다.
“응.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