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찾기 위해, 다시》
8부. 또 다른 문
눈을 뜨자마자 서준은 숨부터 거칠게 내쉬었다.
아직도 귀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가시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느낀 그 감각 —
온몸이 찢겨 나가는 듯한 아픔과 함께
또 하나의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느낌.
‘이번에도…
결국 지유를 놓쳤어.’
그 사실이 뼈를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서준은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는 또다시 그 희뿌연 공간.
발밑도 없고, 천장도 없는
끝없는 안개의 세계였다.
그리고 그곳 한가운데
여전히 말끔한 정장을 입은 관리자가 서 있었다.
조용히, 그러나 마치 모든 걸 꿰뚫어보는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준은 그대로 관리자를 향해 뛰듯 다가갔다.
“왜…
왜 나한테 이런 걸 계속 보여주는 거예요?”
관리자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서 있었다.
“당신이 원했기 때문입니다.”
“뭐라고요?
내가 원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서준은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나는 지유랑 행복하고 싶었어요.
돈도, 성공도, 명예도… 결국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 원했던 거예요.”
관리자는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하지만 당신이 선택할 때마다
더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까?”
“…뭐라고요?”
“지유를 잃지 않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돈을 원했지요.
그랬더니 지유 대신 부와 명예를 주었을 뿐입니다.”
서준은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내가 그렇게 원했기 때문에 지유를 잃은 거라고?’
머리가 하얘졌다.
숨이 막히는 듯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
“하지만…
왜 꼭 잃어야 하는 거죠?
왜 나한테 이런 대가를 치르게 만드는 거예요?”
관리자는 부드럽게, 하지만 차갑게 말했다.
“세상엔 균형이 있습니다.
어떤 세계에서도 당신이 무언가를 가지면,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반드시 내놓아야 합니다.”
“…그게…
내가 지유를 계속 잃는 이유예요?”
“그렇습니다.”
순간 서준은 주저앉듯 주먹을 바닥에 짚었다.
보이지도 않는 바닥을 세게 치자
마치 연못에 돌을 던진 듯
주위 안개가 파문을 일으켰다.
“그럼…
그럼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해요…
어떻게 해야 지유를 지킬 수 있는데요…”
관리자는 서준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정확히 바라보세요.
그게 무엇인지 분명히 하지 않으면
당신은 또다시 무언가를 잃게 될 겁니다.”
서준은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 수많은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지유와 웃으며 마주 앉아 먹던 삼각김밥,
조그만 카페 구석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속삭이던 순간,
축제 불꽃놀이를 올려다보며 조용히 입맞추던 밤.
‘돈도…
성공도…
명예도…
사실 다 필요 없어.’
눈을 뜬 서준은
관리자를 똑바로 바라봤다.
“나는…
지유를 다시 만나고 싶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그저 그 사람이 내 옆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요.”
관리자는 조금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응.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서준은 이를 꾹 깨물었다.
그러자 관리자 뒤편이 서서히 갈라지며
커다란 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빛과 그림자가 뒤섞여 꿈틀대는 듯한 그 문.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관리자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이번엔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 보세요.”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을 거예요.”
서준은 주저 없이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눈앞이 번쩍였다.
모든 것이 마치 유리조각처럼 부서지더니
서서히 새로운 색들이 하나 둘 스며들었다.
그리고 서준은 속으로 다짐했다.
‘지유…
이번엔 어떤 대가가 따르더라도
너를 꼭… 지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