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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기 위해, 다시

〈너를 찾기 위해, 다시〉 11부. 불가피한 이별

by 창작소설 글쓴이 2025. 7. 26.

《너를 찾기 위해, 다시》

11부. 불가피한 이별


한동안 두 사람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살았다.

아침이면 함께 산책을 하고,
낮에는 카페에서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밤에는 테라스에 나란히 앉아 별을 바라보며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서준은 매일 속으로 다짐했다.

‘이번에는…
절대로 잃지 않을 거야.’


어느 날 밤이었다.
카페 문을 닫고,
둘은 늘 하던 대로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잔잔히 바람이 불었다.
지유의 머리카락이 살짝 날렸다.

서준은 조용히 그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

“지유야.”

“응?”

“이제야 알겠어.
행복이 별 게 아니라는 걸.”

지유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뭔데?”

“그냥…
너랑 오늘 하루 같이 있었던 거.
그게 다였어.”

지유는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서준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나
그런 나날 속에서도
작은 이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사소했다.

카페 창밖을 내다보다 보면
마치 풍경이 잠시 흐릿해졌다가
다시 또렷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처음엔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창가에 놓은 화분 잎이
마치 거울 속 그림자처럼 스르륵 흔들리더니
형태가 조금 이상해졌다.


서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

‘착각이겠지.
이번에는 무너지지 않을 거야.’

하지만
가슴 한구석에서 묘하게 시린 감각이 피어났다.


어느 밤,
지유와 테라스에 앉아 있을 때였다.

“있잖아.
사장님…”

지유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아니야.
별 거 아니야.”

“아니, 말해봐.”

“그냥…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어떤?”

“뭔가…
이게 꿈인 것 같은 기분.”

서준의 심장이 크게 내려앉았다.


‘지유도… 느끼는 건가.’

서준은 괜히 웃으며 지유의 손을 잡았다.

“바보야.
꿈이면 이렇게 따뜻하지 않아.”

지유는 그 말을 듣고 작게 웃었지만,
눈빛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그리고 며칠 뒤,
서준은 카페 안에서 혼자 테이블을 닦다
창밖을 보고 숨이 멎었다.

골목길 끝이
마치 물속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담벼락이며 가게 간판들이
물결처럼 일렁였다.

‘안 돼…
안 돼, 제발…’

서준은 카운터에 몸을 기댄 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날 밤,
지유는 카페로 와서 조용히 서준을 바라봤다.

“왜… 그렇게 아픈 얼굴 하고 있어요?”

서준은 아무 말도 못 했다.

결국 지유를 끌어안았다.
숨이 막힐 만큼 세게.

“미안해…
미안해…”

“왜 미안해요…”

“그냥…
혹시라도…
혹시라도 네가 내 옆에서 사라질까 봐…”

지유는 한참 서준의 등을 다독였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나도 사실…
불안해요.
가끔… 너무 행복하면 괜히 무서워.”


며칠 뒤,
마을에 이상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며
마치 목소리를 내듯 스르르 속삭였다.

골목길 벽돌들이 가만히 진동하는 것 같았다.


서준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달빛조차
흐릿하게 일렁였다.

그리고 문득
관리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다시 울렸다.

“당신이 얻는 만큼, 반드시 무엇을 내놓아야 합니다.”

서준은 이를 악물었다.

‘이번에는…
안 뺏길 거야.’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깨져가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그날이 왔다.

카페 문을 닫고
둘이 테라스에 앉아 있을 때였다.

창밖에서 작은 바람이 불더니
갑자기 골목길 끝이 크게 일렁였다.

마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가
갈라지는 것처럼.

지유가 놀라서 서준을 바라봤다.

“사장님… 이거… 왜 이래…”

서준은 지유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괜찮아.
우리 괜찮을 거야.”

그러나 자신도 알고 있었다.
이 세계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지유의 손이 조금씩 차가워졌다.

“나…
무서워요.”

“지유야…
나도 무서워.
근데…
우리 다음에 또 만나자.
꼭 다시 만나자.”

지유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진짜…
꼭 다시… 만나자…”

“응.
다음에는…
더 오래, 더 행복하게 살자.”


서준은 지유를 안았다.

마치 그것만이
무너져가는 세계에서 서로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그러자 주위가 완전히 일그러졌다.
별빛이 찢기듯 사라졌고,
밤하늘은 검은 물감처럼 흐릿해졌다.


마지막 순간,
지유가 서준의 귀에 속삭였다.

“사랑해요…”

그리고
모든 것이 부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