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너를 찾기 위해, 다시

〈너를 찾기 위해, 다시〉 15부.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by 창작소설 글쓴이 2025. 7. 28.

《너를 찾기 위해, 다시》

15부.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큰 함성이 쏟아졌다.
눈앞에는 끝없이 물결치는 인파,
수천 개의 야광봉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서울, 사랑해——!!!”

보컬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옆에서
기타를 든 서준이 조명을 받으며 무대 위에 서 있었다.

손에 쥔 기타 넥이 미세하게 떨렸다.


숨을 고르고 줄을 튕겼다.

쨍—
드라이브가 걸린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드럼과 베이스가 따라오자
관객석에서 폭발적인 함성이 또 터졌다.

서준은 손가락을 힘껏 움직이며
코드와 솔로를 오갔다.

손끝이 뜨거웠다.
피크가 닳아 없어질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관객석 어딘가에서 시선을 느꼈다.

서준은 관성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관객들 사이,
하얀 원피스를 입고 웃으며 손을 흔드는 여자가 있었다.

‘지유…?’

조명이 스치자
그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놀랄 만큼 그대로였다.


서준은 멍하니 무대 위에서 기타를 치며
그 얼굴만 바라봤다.

“서울——!!! 준비됐어???”

보컬이 관객들을 향해 소리쳤고,
수천 명이 동시에 함성을 질렀다.

그러나 서준의 귀에는
지유가 조용히 입 모양으로 말하는 그 모습만 보였다.

“오랜만이에요.”


공연이 끝나고,
백스테이지에서 매니저가 서둘러 서준의 손에 물병을 쥐여줬다.

“형, 오늘도 진짜 미쳤어요.
중간에 솔로 때 완전 터졌어요.”

“아, 응…”

서준은 물병을 들고도 마시지 못한 채
무대 쪽을 계속 바라봤다.

매니저는 힐끗 그를 보더니
장난스럽게 어깨를 쳤다.

“뭐야, 여친이라도 찾았어요?”

“아니… 그냥…”

서준은 애써 웃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 세계에서도…
또 너를 찾았어.’


그날 밤,
서준은 호텔 스위트룸 창가에 서 있었다.

공연장 앞에는
아직도 팬들이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오빠!!! 오늘 너무 멋졌어요!!!”

누군가 창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서준은 살짝 웃으며 손을 들어보였다.

그리고 다시 창가에 이마를 댔다.


머릿속에선 계속
그 관객석 속 지유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랜만이에요…’

소리 없이 움직이던 그 입술이
이상할 정도로 선명했다.

서준은 손으로 가슴을 꾹 눌렀다.

‘이번 세계에서는…
너가 나를 먼저 찾아올 수도 있는 걸까.’


며칠 뒤,
서준은 단독 인터뷰를 위해 작은 카페를 찾았다.

기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서
사진 촬영을 마치고 나왔는데,

문득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책을 보고 있던 그 사람.

서준은 숨을 삼켰다.

‘지유…?’


그도 모르게 다가갔다.

“저기…”

지유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서준을 보자
조금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혹시…
어제 공연에서… 기타 치시던 분 맞죠?”

서준은 머리가 멍해졌다.

‘맞다…
이번 세계의 지유는 나를 모른다.
그저 유명 밴드 기타리스트로만 알 뿐이야.’


그런데 지유가 조심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저 사실 팬이에요.
어제도 보러 갔거든요.”

“정말요…?”

“네.
기타 치실 때 표정이…
뭔가 되게 진심 같아서.”

그 말에 서준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진심…
그래, 나는 늘 진심이었어.
너를 찾으려는 마음도.’


서준은 용기를 내어 물었다.

“혹시…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지유는 조금 놀란 듯 웃었다.

“어… 네?”

“커피라도…
같이 마실래요?”


지유는 책을 덮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저 사실… 조금 떨려요.”

서준도 웃었다.

“저도요.”


그렇게 두 사람은
작은 카페 창가에 마주 앉았다.

서준은 지유가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 표정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번 세계에서는…
조급해하지 않을 거야.
너 스스로 내게 다가와 주길 기다릴 거야.’


창밖에는
늦은 봄비가 살짝 내리기 시작했다.

지유가 창가를 바라보다 말했다.

“비 오는 거… 좋네요.
괜히 마음이 차분해져요.”

서준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게요.
지금…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