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찾기 위해, 다시》
16부. 천천히 다가오는 마음
카페에서 처음 만난 그 날 이후,
서준은 지유와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다.
“오늘 날씨가 좋네요.
혹시 바쁘지 않으면 산책할래요?”
“좋아요!
마침 저도 카페에만 있기 답답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작은 만남이
조금씩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어느 날은
지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연습실 구경해도 돼요?”
“연습실이요?”
“네.
무대에서만 보다가
연습하는 건 어떨지 궁금해서요.”
서준은 잠시 놀랐지만
곧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오늘 저녁에 팀 연습 있는데, 그때 올래요?”
“정말요?
좋아요!”
저녁 무렵,
지유는 서준이 안내한 작은 지하 연습실로 들어섰다.
벽에 흠집이 가득하고
바닥에는 굵은 케이블들이 어지럽게 깔려 있었지만,
그 공간은 묘하게 설레는 에너지가 있었다.
드럼과 베이스, 키보드가 이미 세팅되어 있었고
서준은 구석에서 기타를 점검하고 있었다.
지유는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작게 웃었다.
“왜요?”
서준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아, 아니요.
그냥…
멋있어서요.”
“에이…”
“진짜예요.
기타 들고 있는 모습은
완전 다른 사람 같아요.”
서준은 피식 웃으며 기타 스트랩을 어깨에 걸었다.
“조금 시끄러울 텐데 괜찮겠어요?”
“응.
괜찮아요.”
연습이 시작되자
공간이 음악으로 가득 찼다.
드럼과 베이스가 묵직하게 리듬을 잡고,
서준의 기타가 그 위를 가볍게 미끄러졌다.
지유는 조용히 한 구석에 앉아
손으로 무릎을 만지작거리며
서준을 바라봤다.
서준은 기타를 치며
살짝 고개를 들어 지유를 봤다.
그리고
마주친 눈빛에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연습이 끝나자
기타를 내려두고 서준이 지유에게 다가왔다.
“어땠어요?”
“멋있었어요.”
지유는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그리고…
조금 놀랐어요.”
“왜요?”
“연습할 때 표정이
되게 진지해서.”
서준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무대 위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사실 연습할 땐 늘 좀 무섭거든요.”
지유는 서준을 가만히 바라보다
작게 웃었다.
“근데 전…
그 표정이 좋았어요.”
“정말요?”
“응.
뭔가…
진짜로 그걸 좋아하는 사람 같아서.”
서준의 가슴이
조용히, 그리고 크게 두근거렸다.
연습실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밤공기가 차가웠다.
지유는 팔을 살짝 문질렀다.
“춥죠?”
“네.
그래도 좋네요.”
서준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재킷을 벗어 지유의 어깨에 걸쳤다.
지유는 놀란 듯 고개를 들었지만
금세 작게 웃으며
두 손으로 재킷을 여몄다.
골목길을 나란히 걸으며
서준은 생각했다.
‘이번에는
조급해하지 않을 거야.’
예전 같으면
“우리 사귀자”고 먼저 말했을 테고,
불안해서 더 꼭 붙잡으려 했을 거다.
하지만 이제는
이 조용히 나란히 걷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했다.
문득 지유가
서준의 소매를 살짝 잡았다.
“저…
앞으로도 가끔
연습실 놀러 와도 돼요?”
서준은 가슴이 벅차서
잠시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리고 곧
천천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 와요.”
지유는 웃었다.
가로등 불빛이 내려앉은 그 미소가
너무 예뻐서
서준은 그 순간 숨이 막혔다.
‘아…
지금이 딱 좋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이번에는
조금 느리게,
천천히…
그래도 더 깊게 너를 사랑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