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찾기 위해, 다시》
18부. 무대 위의 약속
소규모 콘서트를 이틀 앞둔 날이었다.
서준은 연습실에서 기타를 메고
마이크 앞에 섰다.
드럼과 베이스가 준비되자
잠시 공간이 고요해졌다.
“자, 시작해볼까?”
드러머가 스틱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탁탁탁 — 카운트를 치더니
연주가 터져 나갔다.
서준은 집중하며 기타 줄을 눌렀다.
지유가 구석 의자에 앉아
작은 노트에 뭔가를 끄적이며 보고 있었다.
‘이번 무대, 네가 와서 봐줬으면 좋겠다.’
서준은 그 생각만으로
손끝에 힘이 더 들어갔다.
연습이 끝난 뒤,
지유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오늘도 멋있었어요.”
“정말요?
좀 긴장했는데.”
“저도 긴장했어요.”
“왜요?”
“그냥…
이렇게 연습하는 거 계속 보다 보니까
무대도 보러 가보고 싶어서요.”
서준은 순간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럼…
콘서트 오실래요?”
“진짜요?
좋아요.
꼭 갈게요.”
그리고 이틀 뒤.
공연장 밖에는
벌써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대형 공연장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긴장됐다.
무대 뒤에서 서준은 기타를 다시 점검하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지유에게서 문자가 왔다.
[자리 잘 잡았어요.
기다릴게요.]
무대에 올랐을 때,
서준은 조명을 받고 눈이 조금 부셨다.
환호성이 터졌지만
그 가운데서도
지유가 앉아 있는 자리를 금세 찾을 수 있었다.
조그만 얼굴,
두 손을 무릎에 모은 채
살짝 상기된 표정.
서준은 마음속으로 작게 말했다.
‘봐줘.
이번에는…
정말 잘하고 싶어.’
드럼이 비트를 잡고,
베이스가 묵직하게 리듬을 깔았다.
서준은 기타를 들어 올리며
코드를 한 번 튕겼다.
쨍—
그리고 곧장
밴드가 하나로 맞물리며 음악이 시작됐다.
연주 내내
서준은 관객석에 있는 지유를 자주 바라봤다.
지유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살짝살짝 흔들며 음악을 따라가고 있었다.
어디서든 지유가 웃고 있으면
기타 소리가 더 달콤해지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너를 지켜주고 싶다.’
서준은 그렇게
마음속으로 끝없이 되뇌었다.
공연이 끝나고
분장실에 들어왔을 때
숨이 턱 막히듯 몰려왔다.
땀이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렸지만
기분은 이상할 만큼 맑았다.
“형, 오늘도 진짜 터졌어.”
드러머가 물을 내밀었다.
서준은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돌렸다.
‘지유…
잘 봐줬으려나.’
분장실 문을 나서는데
복도에서 지유가 조심스럽게 서 있었다.
“기다렸어요.”
서준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곧 작게 웃었다.
“와줘서 고마워요.”
지유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사실…
오늘 많이 떨렸어요.”
“왜요?
나는 내가 더 떨렸는데.”
“아니…
무대에 있는 서준 씨 보는데
괜히 내가 더 긴장되더라고요.”
서준은 지유를 조용히 바라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지유가 망설이다
그 손을 살포시 잡았다.
서준은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이렇게 같이 있어 줘서
정말 고마워요.”
지유는
조금 놀란 듯 눈을 깜빡이다가
작게 웃었다.
그날 밤
둘은 공연장 근처 작은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하나씩 사 들고 나왔다.
“오늘 축하도 할 겸…”
서준이 그렇게 말하자
지유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편의점 옆 벤치에 앉아
맥주를 가볍게 부딪쳤다.
‘칙—’
탄산이 터지며
조금 시원한 기운이 올라왔다.
서준은
조용히 지유를 바라보다 말했다.
“사실…
오늘 무대 내내 지유 씨만 봤어요.”
“진짜요?”
“네.
괜히…
더 잘하고 싶어서.”
지유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캔맥주를 두 손으로 꼭 잡았다.
“저도…
오늘 그 무대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서준은 조심스럽게
지유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지유는 살짝 놀랐지만
이내 고개를 기대며 작게 말했다.
“이상해요.”
“뭐가요?”
“그냥…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괜히 편하고 좋으면서도
마음이 콩콩 뛰어요.”
서준은 웃으며
지유의 머리카락 위에 살짝 입맞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번에는
절대 너를 놓치지 않을 거야.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그렇지만 분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