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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기 위해, 다시

〈너를 찾기 위해, 다시〉 19부. 너와 내 하루 사이

by 창작소설 글쓴이 2025. 7. 30.

《너를 찾기 위해, 다시》

19부. 너와 내 하루 사이


지유는 요즘 연습실에 자주 놀러 왔다.
처음엔 그저 ‘한 번 가볼까?’ 하는 호기심이었지만,
자주 보다 보니 그 낡은 지하 연습실조차
이상하게 포근하게 느껴졌다.

서준은 언제나처럼 기타를 꺼내 코드 연습을 하거나,
앰프 선을 꼼꼼히 정리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지유에게는 조금 신기하고, 조금 설레는 풍경이었다.


어느 날,
서준이 잠시 옆방에 갔을 때였다.

지유는 아무도 없는 연습실 한가운데
서준의 기타가 걸려 있는 걸 보고
가만히 다가갔다.

“조심히… 만지면 괜찮겠지?”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기타 몸통을 쓸어내렸다.
까슬까슬한 스트랩,
손가락을 대자 살짝 찬기가 도는 줄.

지유는 살짝 숨을 고르고
기타 넥 위를 가볍게 눌러봤다.


그 순간
뒤에서 조용히 들려온 목소리.

“그거, 은근 무겁죠?”

“꺄악!”

지유는 깜짝 놀라 손을 떼고
허둥지둥 뒤를 돌아봤다.

문가에 서준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팔짱을 끼고 있었다.

“언제 왔어요…?”

“조금 전부터요.
몰래 뭐 하시나 보고 있었죠.”


지유는 얼굴이 빨개져서
기타 뒤로 숨듯 물러섰다.

“죄송해요…
괜히 만져보고 싶어서.”

“괜찮아요.
만져보는 건 좋은데…”

서준은 천천히 다가와
지유 손을 잡았다.

“이왕이면
제대로 눌러보세요.”


지유는 놀란 눈으로 서준을 바라봤다.

“진짜…?
저 완전 아무것도 몰라요.”

“그래서 더 가르쳐주고 싶은 거예요.”

서준은 기타를 지유 앞으로 돌려
손가락을 하나하나 잡았다.

“여기 줄, 이렇게 누르고…”

지유의 가느다란 손가락 위에
서준의 손이 살포시 얹혔다.


기타 줄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지유가 살짝 힘을 주자
미세하게 ‘핑—’ 하는 소리가 났다.

“와…
이게 다 진짜로 소리 나는 거구나.”

“그럼요.
지유 씨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다 울려요.”

지유는 신기한 듯 기타를 바라보다
서준을 올려다봤다.

“기타 치는 사람들…
되게 멋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잡아보니까 더 대단해 보여요.”


서준은 작게 웃으며
지유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앞으로 더 보여줄게요.”

지유는 살짝 몸을 움찔했지만
곧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준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어딘가 조심스럽고 따뜻했다.


그날 연습이 끝난 뒤,
서준과 지유는 연습실 근처 분식집에 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볶이를 가운데 두고
둘은 나란히 앉았다.

“오늘 완전 떨렸어요.”

“기타 잡은 거요?”

“네.
근데… 진짜 좋았어요.”


서준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조용히 지유를 바라봤다.

“나 있잖아요.
지유 씨랑 이렇게
그냥 아무것도 아닌 거 같이 하는 게 너무 좋아요.”

지유는 떡볶이를 찍던 손을 멈추고
작게 웃었다.

“저도요.
이런 게 사실…
진짜 연애 같지 않아요?”


분식집에서 나와
가로등이 늘어진 골목길을 걸었다.

서준은 지유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지유는 이번엔 전혀 놀라지 않고
오히려 살며시 손가락을 맞꼈다.

작고 평범한 길,
식당에서 풍겨오는 기름 냄새,
멀리서 들려오는 배달 오토바이 소리.

그 속에서
서준은 이상할 만큼 깊은 평온을 느꼈다.


‘이게 사람 사는 거지.’

스포트라이트도,
수백 명의 환호도
지금 이 작은 손의 온기만 못했다.

‘이번에는…
진짜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

서준은 속으로
조용히, 그러나 더 강하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