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찾기 위해, 다시》
21부. 우리라는 풍경
펜션에서 돌아온 뒤,
둘의 관계는 더없이 자연스러워졌다.
“오늘 연습 몇 시에 끝나요?”
“8시쯤?
그때 맞춰서 오세요.
근처에서 뭐 같이 먹어요.”
“좋아요!”
서준이 이렇게 문자를 보내면
지유는 언제나 ‘좋아요!’ 하고 웃는 이모티콘을 붙여 답장했다.
이런 대화가
이제는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순간이 됐다.
지유는 밴드 연습실에 놀러 오는 게 익숙해졌다.
때로는 서준이 기타를 고치거나
앰프를 조정하는 동안
구석에서 작은 노트를 펴고 뭔가를 적었다.
“뭐 써요?”
“그냥…
오늘 하루 있었던 거.
그리고 지금 기분.”
“좋아요?”
“좋아요.”
지유는 그렇게 말하며
서준을 바라보다가
살짝 고개를 돌려 웃었다.
연습이 끝나면
둘은 근처 분식집에서 떡볶이나 김밥을 시켜 먹었다.
가끔은
서준이 일부러 매운 걸 시켜
지유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얼굴을 붉히는 걸 보고 웃기도 했다.
“진짜 너무해요…
나 매운 거 잘 못 먹는 거 알면서.”
“근데 귀엽잖아요.”
“뭐가 귀여워요!”
“매워서 얼굴 빨개진 거.”
지유는 부끄러운 듯
서준의 팔을 살짝 툭 쳤다.
어느 날은
지유가 연습실에 먼저 와 있었다.
서준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지유가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어?
벌써 왔어요?”
“오늘 일찍 끝나서요.”
지유는 기타 옆에 앉아 있었다.
조심스럽게 줄을 건드려 보고 있던 모양이었다.
“또 몰래 연습했어요?”
“아니에요!
그냥… 조금 만져봤어요.”
서준은 웃으며 기타를 들어
지유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이제 아예 배워볼래요?”
그렇게 서준은
지유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
간단한 코드 하나를 가르쳤다.
지유의 손끝은
늘 그렇듯 작고 여렸다.
“여기, 이렇게 눌러요.
그리고 이 손가락은 살짝 띄우고…”
“아… 어렵다.”
“괜찮아요.
조금씩 해봐요.”
지유는 숨을 고르며
서준이 잡아준 대로 줄을 눌렀다.
‘핑—’
조금은 서툰 소리가 났지만
서준은 그게 너무 좋았다.
연습이 끝난 뒤
둘은 강가로 산책을 나갔다.
지유가 서준 옆에서
살짝 몸을 부딪쳤다.
“왜 이렇게 부딪혀요.”
“그냥…
좋아서.”
서준은 그런 지유가
참 사람 같아서 좋았다.
예전에는 늘
조급하고, 불안하고, 붙잡으려만 했는데
이제는 이런 사소한 스침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
서준은 조용히 말했다.
“있잖아요.
나는 요즘이 제일 행복해요.”
지유는 살짝 놀란 듯
서준을 바라보다가
곧 부드럽게 웃었다.
“나도 그래요.”
그리고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서준의 손에 얹었다.
서준은 그 손을 꼭 잡았다.
하지만
그 행복의 그림자 아래
작은 불안이 조용히 싹트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서준은 잠에서 깼다.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방 안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
“당신이 얻는 만큼, 반드시 무엇을 내놓아야 합니다…”
서준은 벌떡 일어나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안 돼…
이번에는 안 돼…
나는 이걸 지켜야 해.’
숨이 가쁘게 몰려왔다.
손끝이 차갑게 떨렸다.
다음날
지유와 만나서도
서준은 조금 이상했다.
지유가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해서.”
지유는 잠시 서준을 바라보더니
작게 웃었다.
그리고 서준의 손을
조용히 잡았다.
“괜찮아질 거예요.
우리 지금 이렇게 있잖아요.”
그 순간
서준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래.
괜찮을 거야.
지유가 이렇게 내 옆에 있으니까.’
서준은 지유의 손을 더 꼭 잡았다.
그리고 속으로
더 깊이, 더 단단히 다짐했다.
‘이번에는…
진짜 끝까지 지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