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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기 위해, 다시

〈너를 찾기 위해, 다시〉 22부. 조용한 균열

by 창작소설 글쓴이 2025. 8. 1.

《너를 찾기 위해, 다시》

22부. 조용한 균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문턱,
바람이 살짝 더워진 날이었다.

서준과 지유는
서울 근교의 한 조용한 공원으로 나들이를 갔다.

잔디밭에 앉아
서준이 준비해 온 돗자리를 펴고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었다.

“햇빛 진짜 좋다…”

지유가 눈을 감고 얼굴을 살짝 위로 들었다.

햇살이 그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비췄다.

서준은 그 모습을 보며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
나중에 더 따뜻해지면
바다도 갈래요?”

서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좋아요!
나 진짜 바다 너무 좋아해요.”

“그럼 약속.”

서준은 손가락을 내밀었다.

지유가 피식 웃으며
그 손가락에 자기 손가락을 살포시 걸었다.

“약속.”


도시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서준은 괜히 불안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어쩐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나무가 조금 이상하게 뒤틀려 보였다가
순식간에 다시 정상으로 돌아갔다.

‘지금…
뭐지?’

서준은 창문에 얼굴을 바짝 대고
눈을 찌푸렸다.

그러자 옆에 앉은 지유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뭐 그렇게 뚫어져라 봐요?”

서준은 급히 몸을 돌렸다.

“…아니야.
그냥… 예쁘다.”


지유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뭐가요?”

“지금…
지유 씨 얼굴에 비친 빛이.”

지유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런 말…
갑자기 하지 말아요.”

서준은 작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가슴 한구석에 조용히 스며드는 서늘한 두려움을
애써 꾹 눌렀다.


며칠 뒤,
둘은 작은 카페에서 나란히 앉아 있었다.

지유가 갑자기 말했다.

“우리…
나중에 진짜 멀리 여행 가요.”

“어디로요?”

“음…
어디든.
서준 씨만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서준은 그 말을 듣고
심장이 이상할 만큼 크게 뛰었다.

‘그래.
이번에는 끝까지 지킬 거야.’

그리고 살짝 손을 뻗어
지유의 손등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 순간
카페 창밖의 간판이
잠시 흔들리듯 일그러졌다.

마치 물에 비친 글씨처럼.

서준은 멈칫했다.

‘또…
이상해.’


지유는 그런 서준을 바라보다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갑자기 얼굴이…”

“…아니야.
괜찮아.”

서준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이번엔 무너뜨리지 않을 거야.’

그렇게 마음속으로
끝없이 되뇌었다.


밤에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는데
등 뒤 벽지가 살짝 일렁이는 게 보였다.

마치 숨을 쉬듯,
조용히 부풀었다가 꺼졌다.

서준은 숨이 멎은 듯
가만히 그걸 바라봤다.


잠시 뒤
벽지는 아무 일도 없던 듯
다시 평평해졌다.

서준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안 돼…
안 돼, 제발…
이번에는 무너지지 마.’


그 다음 날
지유를 만났을 때
서준은 괜히 더 다정하게 손을 잡았다.

지유는 웃으며 물었다.

“오늘 왜 이렇게 손을 꼭 잡아요?”

“그냥…
놓치기 싫어서.”

“바보 같아…”

그러면서도
지유는 그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강가 벤치에 앉아
서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나중에 같이 살아요.”

지유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곧 천천히 웃었다.

“좋아요.”

그 미소를 보는 순간
서준은 가슴 한가득
뜨겁고 아린 감정이 밀려왔다.

‘이번에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