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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기 위해, 다시

〈너를 찾기 위해, 다시〉 27부. 무너지는 틈새에서도

by 창작소설 글쓴이 2025. 8. 4.

《너를 찾기 위해, 다시》

27부. 무너지는 틈새에서도


며칠 뒤,
서준과 지유는 작은 청첩장 가게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수십 종의 샘플이 펼쳐져 있었다.

분홍색, 연보라색,
그리고 새하얀 리본이 달린 카드들.

지유가 작은 손가락으로
깨끗한 아이보리 카드 한 장을 가리켰다.

“이거 예쁘다…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응.
지유 씨랑 잘 어울려요.”

지유는 작게 웃었다.

“그러면 이걸로 할까?”


주인아주머니가 다정히 물었다.

“글귀는 어떤 걸로 넣을지 생각해보셨어요?”

지유는 잠시 서준을 바라보다
작게 말했다.

“평범한 게 좋아요.
서로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그런.”

서준은 목이 조금 메어
숨을 고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끝까지.’


가게를 나와
둘은 작은 스튜디오에 들렀다.

“미리 가볍게 촬영 몇 컷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지유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사진 너무 없잖아요.”

“맞아요.
그래요, 해봐요.”


하얀 벽 앞에 서서
작은 조명을 받자
지유가 조금 쑥스러운지 얼굴을 가렸다.

“아, 나 이런 거 진짜 못해…”

“괜찮아요.
지유 씨는 그냥 거기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예뻐요.”

지유는 고개를 들더니
작게 웃었다.

그리고 서준 옆으로 다가와
팔을 살포시 잡았다.

사진사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서준은 살짝 지유를 더 끌어안았다.


사진을 다 찍고 나와
둘은 골목의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창가에 앉아
지유가 핸드폰을 꺼내
방금 받은 사진 파일을 들여다봤다.

“와…
이거 봐요.
우리 완전 신혼부부 같아.”

“그러니까 결혼 준비하는 거죠.”

지유는 웃으며
테이블 아래로 손을 내리더니
서준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순간
서준은 묘하게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

창문 너머 가게 간판이
‘부르르’ 하고 떨리더니
마치 눈앞에서 깨져나가는 것처럼
조금씩 부스러져 내렸다.

순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그 찰나의 그림자가
서준을 완전히 얼어붙게 했다.


“서준 씨…?
왜 그래요?”

지유가 놀란 듯 물었다.

서준은 머리를 흔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손끝이 조금씩 떨렸다.


카페를 나오며
서준은 지유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리고 골목 끝에서
살짝 지유를 멈춰 세우고
가만히 바라봤다.

지유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서준은 가슴이 벅차 터질 것 같아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지유 씨…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나는 끝까지 지유 씨 옆에 있을 거예요.”

지유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작게 웃었다.

“바보 같아…
당연히 그러는 거 아니에요?”

서준은 그 말을 듣자
참을 수 없이 눈가가 젖었다.


조용히,
하지만 떨리는 손으로
지유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정말…
나는 지유 씨 아니면 안 돼요.”

지유는 서준의 등을
조용히 토닥였다.

“나도요.
서준 씨 아니면 안 돼요.”


그날 밤
서준은 혼자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봤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눈빛이
순간 아주 짧게 검은 빛으로 번들거렸다.

서준은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소파에 주저앉아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머릿속에 관리자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당신이 얻는 만큼, 반드시 무엇을 내놓아야 합니다…”


서준은 눈을 감고
조용히, 그러나 간절히 중얼였다.

‘아니…
아무것도 안 내놓을 거야.
이번에는…
그냥 지유만 끝까지 지킬 거야.’

그리고
손가락으로 눈가를 살짝 닦았다.

작게 떨리는 숨소리가
밤의 적막 속에서 길게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