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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작은 무대

우리의 작은 무대 - 24부. 더 멀리, 더 많은 사람 앞에서

by 창작소설 글쓴이 2025. 7. 16.

《우리의 작은 무대》

24부. 더 멀리, 더 많은 사람 앞에서


EP 앨범이 발매되고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다.
근처 도시 청소년 문화센터에서 주최하는 작은 음악 축제에
스페이스러브를 투어 형식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엔 ○○, ○○, 그리고 ○○ 세 군데를 돌면서 공연하자는데?
우리한테 완전 미니 투어 아니냐?”

하은이 음악실에서 숨을 고르며 말했다.
목소리에는 긴장과 설렘이 뒤섞여 있었다.

준호는 스틱을 돌리며 말했다.

“야, 이거 완전 스타 같다.
투어라니.”

유리는 조용히 손을 꼭 쥐며 작게 웃었다.

“나도 긴장되지만… 너무 하고 싶어.”

민준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우리도 진짜 밴드 같네.’


첫 번째 공연 도시로 가는 날,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네 사람은 장비가 가득 실린 작은 승합차를 탔다.
기획사에서 대여해준 차였다.

하은은 창가에 기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우리 진짜 멀리까지 간다.”

민준은 그 옆에서 기타 케이스를 가만히 잡았다.

“근데 아직도 조금 이상해.
우리 동네 음악실에서 연습하던 게 전부였는데…”

“그래서 더 좋잖아.”

하은은 그렇게 말하며 민준에게 장난스럽게 팔꿈치를 툭 쳤다.


첫 도시 공연장은 문화센터 강당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객석이 있었고,
무대에는 조명이 반짝이며 세팅되어 있었다.

리허설을 할 때, 민준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손끝이 다시 조금 차가워졌다.

그때 하은이 다가와 살짝 손을 잡았다.

“왜. 또 떨려?”

“…조금.”

하은은 웃었다.

“괜찮아.
우리 노래잖아.”

그 말에 민준은 작게 웃었다.


공연 시작 전, 무대 뒤에서 네 사람은 서로 손을 맞잡았다.

“이번엔 더 많은 사람들 앞이야.
그래도… 우리 언제나처럼 하자.”

하은이 조용히 말했다.

준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야, 오늘도 우리 무대 뒤에 별 보러 가자.”

유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 노래하면 어디든 별빛 같으니까.”


무대에 올랐다.
관객석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앞줄엔 아이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고,
뒷줄엔 부모님으로 보이는 어른들이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하은이 숨을 고르며 마이크를 잡았다.

“저희 노래는…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노래예요.”

그리고 첫 코드가 울렸다.


“조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너와 내가
같은 노랠 부르고 있으니까…”

하은의 목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다.
민준은 기타를 치며 관객석을 바라보다
결국 하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은은 작게 웃었다.
민준은 그 웃음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곡이 끝나자, 관객석에서 큰 박수가 쏟아졌다.
어떤 아이들은 “언니 너무 예뻐요!” 하고 소리를 질렀다.

하은은 숨을 헐떡이며 민준을 바라봤다.

“우리 해냈다.”

“응.”

민준은 그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연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준호와 유리는 피곤했는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하은과 민준은 숙소 옥상에 올라가 밤하늘을 바라봤다.
도시 불빛이 멀리 깜빡였고, 그 위로 희미하게 별이 보였다.

하은이 조용히 말했다.

“나 사실 아까 무대 올라가기 전에 너무 떨렸어.
목이 잠길까 봐…
근데 네 기타 소리 듣자마자 괜찮아졌어.”

민준은 천천히 하은의 손을 잡았다.

“나도 네 목소리 없으면 하나도 못 쳤을 거야.”

하은은 작게 웃었다.

“우리… 계속 이렇게 같이 노래하자.”

“응.
계속.”


하은이 살짝 몸을 기울여 민준에게 기대왔다.
민준은 조용히 하은의 머리 위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
내 옆에 있어줘서.”

하은은 그 말에 눈을 감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너 없으면 이 노래 아무것도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