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작은 무대》
26부. 진짜 무대 위로 가는 길
투어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기획사 매니저에게서 연락이 왔다.
“서울 ○○엔터에서 스페이스러브 정식으로 보자고 합니다.
내부적으로 계약 관련 논의까지 준비 중이라고 하네요.”
하은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음악실 의자에 푹 주저앉았다.
“진짜야…?
우리 같은 애들이?”
준호는 장난스럽게 스틱을 빙글빙글 돌리며 웃었다.
“야, 이제 우리 드디어 연예인 되냐?”
유리는 손을 꼭 쥐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이거 진짜 잘할 수 있을까?”
민준은 조용히 기타를 만지작거리다 고개를 들었다.
“우리 네 명이면 괜찮아.”
그 말에 하은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민준을 바라봤다.
그리고 작게 웃었다.
“응.
우리 네 명이면 괜찮아.”
며칠 뒤, 네 사람은 서울로 올라갔다.
큰 회의실 문 앞에서 대기하며 하은은 손을 꼭 모았다.
“왜 이렇게 떨리지…”
“야, 우리 망신당하는 거 아니지?”
준호가 농담처럼 말했지만, 손가락이 계속 테이블을 두드렸다.
민준은 유리의 손을 살짝 잡았다.
“괜찮아.
우린 지금까지도 잘해왔잖아.”
유리는 그 손을 더 꼭 잡았다.
회의실 문이 열리고,
서울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형 기획사 로고가 걸린 실내에 들어섰다.
앞에는 담당 이사와 A&R 팀장이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스페이스러브 이름이 적힌 서류와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먼저 음악 너무 잘 들었어요.
뮤직비디오부터 투어 영상까지 전부 봤습니다.”
A&R 팀장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특히 민준 씨 기타 톤이랑 하은 씨 목소리 조합이 너무 좋아요.
유리 씨 베이스도 되게 단단하고, 준호 씨 리듬감도 진짜 좋아요.”
네 사람은 동시에 얼굴이 붉어졌다.
서로를 쓱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본론이 나왔다.
“저희가 이번에 청춘 밴드 프로젝트를 새로 기획 중인데,
스페이스러브를 그 중심으로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하은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진짜… 앨범 내고, 활동하고, 그런 거예요?”
“네.
정규 앨범 제작까지 계획 중이고요.
단, 학교와 병행하는 부분은 여러분과도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스케줄을 조율할 거예요.”
민준은 이상하게 손에 땀이 났다.
하지만 동시에 속이 쿵 내려앉을 정도로 두근거렸다.
회의를 마치고 나와서,
네 사람은 회사 건물 밖에 모여 섰다.
하은은 두 손을 가슴 위에 얹었다.
“야… 우리 진짜 계약서 사인하게 될 수도 있어.”
준호는 장난스럽게 어깨를 부풀리며 말했다.
“이제 진짜 ‘밴드 스페이스러브’다.”
유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우리 노래, 더 많은 사람들이 듣겠지?”
민준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서울의 높은 빌딩 사이에서 보이는 하늘이
왠지 더 멀어 보였다.
‘그래도 괜찮아.
우리 같이 있으니까.’
그날 밤, 네 사람은 다시 학교 음악실에 모였다.
하은이 피아노 앞에 앉으며 말했다.
“이상하지 않아?
우리 지금까지 여기서 연습하던 게 다였는데…
이제 진짜 ‘계약’이라는 걸 한다는 게.”
유리는 살짝 피식 웃었다.
“그래도… 난 좋아.
우리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준호는 드럼 스틱을 치켜들었다.
“야, 이제 여기서 연습한 거 다 무대에서 보여주자.”
민준은 조용히 기타를 치며 작은 멜로디를 만들었다.
그 소리에 하은이 작게 화음을 얹었다.
연습을 마치고 음악실 불을 끌 때,
민준과 하은은 잠시 둘만 남았다.
하은이 조용히 말했다.
“나 이제 조금 무서워.”
“왜.”
“앞으로 더 바빠질 거고,
우리도 변할 수도 있잖아.”
민준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하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귀 뒤로 넘겼다.
“너랑 노래하고,
내 옆에서 네 목소리 듣는 거.
그거 하나면 난 괜찮아.”
하은은 잠시 민준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그에게 안겼다.
“계속 내 옆에 있어줘.”
민준은 하은의 등을 살며시 두드리며 속삭였다.
“응.
평생 귀에 붙어있을게.”
하은은 작게 웃었다.
“귀에 붙어있으면 좀 무서울지도 몰라.”
민준도 웃었다.
“그럼 마음에 붙어있을게.”
그날 밤, 민준과 하은은 음악실 창문을 열어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멀리 학교 운동장 불빛이 아득하게 보였다.
하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진짜 어디까지 가게 될까?”
민준은 하늘을 바라보다 조용히 말했다.
“몰라.
근데 어디까지 가든,
너 옆에서 기타 치고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