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작은 무대》
28부. 첫 정규 앨범, 그리고 더 큰 꿈
서울 생활이 조금 익숙해질 즈음,
기획사에서 드디어 정규 앨범 작업을 시작하자고 연락이 왔다.
“이번엔 진짜 제대로 해보자.
우리가 만들어온 노래도 다시 녹음하고,
새 곡도 두세 개 더 넣자.”
하은이 음악실에서 그 말을 꺼내자
유리는 손을 꼭 잡았다.
“정규 앨범…
그 단어만 들어도 심장 뛰어.”
준호는 스틱을 돌리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 진짜다.
우리 이름으로 앨범 꽉 채운다.”
민준은 기타를 손에 꼭 쥐며 속으로 작게 숨을 내쉬었다.
‘우리 진짜 여기까지 왔네.’
정규 앨범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더 치열했다.
서울 스튜디오에 처음 들어갔을 때,
벽 가득한 고급 장비와 엔지니어들,
그리고 수십 개의 케이블과 모니터를 보고
네 사람은 동시에 숨을 삼켰다.
하은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이 안에서 진짜 노래 남기는 거야.”
민준은 피식 웃었다.
“괜히 더 떨리네.”
첫 트랙은 예전부터 연주해온 ‘우리의 작은 무대’를 다시 녹음하는 것이었다.
이제 장비도 달랐고, 디렉터가 하나하나 잡아주며 더 세밀하게 만들어갔다.
“하은 씨, 여기서 살짝 목소리 더 밀어줘도 좋을 것 같아요.”
“민준 씨, 기타 톤 조금만 더 깔끔하게 가볼게요.”
하은은 부스에서 숨을 고르고 다시 노래를 불렀다.
민준은 컨트롤룸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기타를 다시 들 준비를 했다.
녹음이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
하은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 물을 마셨다.
“나… 오늘 좀 이상했나?”
“무슨 소리야.”
민준은 그런 하은 옆에 앉았다.
“오늘 네 목소리,
예전보다 더 따뜻했어.”
하은은 작게 웃었다.
“그럼 다행이다.”
밤이 깊자, 준호와 유리는 먼저 숙소로 돌아갔다.
민준과 하은은 스튜디오 구석에 나란히 앉았다.
녹음실 불빛이 어슴푸레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서울 밤거리는 여전히 밝았다.
하은이 작게 말했다.
“있잖아.
나는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유명해지든 상관없어.”
민준은 고개를 돌려 하은을 바라봤다.
“왜.”
“너랑 유리랑 준호랑,
우리 네 명이 계속 같이 음악만 할 수 있으면 좋겠어.”
민준은 살며시 웃으며 하은의 손을 잡았다.
“계속 할 거야.
약속.”
며칠 뒤, 기획사에서 방송국에 우리를 출연시켜보겠다고 했다.
한 케이블 음악 프로그램에서 신인 밴드를 소개하는 코너였다.
“우리… 이제 진짜 TV 나온대.”
하은은 음악실에서 종이를 꼭 쥐며 말했다.
유리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나 카메라 앞에서 뭐하면 좋지…”
준호는 크게 웃었다.
“야, 우리가 카메라 안 보던 사람도 아니잖아.
이제 팬들이 볼 수도 있겠다.”
민준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이제 우리 진짜로 사람들 앞에 나가는 거구나.’
방송국 리허설 날.
커다란 세트장에 들어서자 네 사람은 동시에 숨을 삼켰다.
무대에는 화려한 조명이 있었다.
조명이 하나 켜질 때마다 무대 위가 달라 보였다.
하은은 작게 손을 뻗어 민준의 손을 잡았다.
“우리 괜찮을까?”
민준은 조용히 웃었다.
“우리 노래잖아.
괜찮아.”
리허설에서 첫 곡이 울렸다.
민준의 기타 소리가 방송국 스피커를 타고 훨씬 더 크게 울렸다.
“조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하은의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민준은 순간 하은을 바라봤다.
그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민준은 마음이 이상하게 뜨거워졌다.
방송 리허설이 끝나고 무대 뒤에 앉아있을 때,
하은은 물을 마시며 조용히 속삭였다.
“민준아.”
“응.”
“우리 어디까지 갈까.”
민준은 살짝 웃었다.
“모르지.
근데 어디까지 가든 너 옆에서 기타 치고 있을 거야.”
하은은 작게 웃더니,
손을 뻗어 민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나도 너 옆에서 계속 노래할 거야.”
밤이 되자, 네 사람은 서울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불빛이 알록달록한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고,
거리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준호가 갑자기 말했다.
“야, 우리도 저기 가서 즉흥으로 하나 부를까?”
유리는 깜짝 놀랐다.
“진짜?”
“그래.
오늘 우리 방송도 했는데 뭐.”
하은이 민준을 바라봤다.
“할래?”
민준은 기타 케이스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네 사람은 골목길 작은 공터에서
민준의 기타에 맞춰 ‘우리의 작은 무대’를 불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멈춰 서서 바라봤다.
어떤 아이는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었다.
하은은 노래를 부르다 살짝 민준을 바라보며 웃었다.
‘우리 이렇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