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작은 무대》
30부. 우리의 무대는 계속된다
첫 단독 공연이 끝나고,
스페이스러브는 이제 정말 이름 있는 밴드가 되어 있었다.
SNS엔 공연 영상을 찍은 팬들의 짧은 영상이 쏟아졌고,
유튜브에는 ‘우리의 작은 무대’ 직캠 영상이 며칠 만에 조회 수를 수만 단위로 찍었다.
하은은 그걸 보며 스마트폰을 꼭 쥐었다.
“야…
우리 이제 진짜 유명해진 거 맞나 봐.”
준호가 웃으며 말했다.
“야, 나 오늘 편의점 갔는데 알바생이 내 얼굴 두 번 쳐다보더라.”
유리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우리끼리 있을 때가 제일 좋다.”
민준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린 그냥 우리일 때가 제일 좋아.”
기획사에서는 더 큰 페스티벌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올여름, 대형 야외 락 페스티벌에 스페이스러브 이름이 올라갔다.
하은은 포스터를 바라보다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우리 이름…
진짜 큰 팀들 옆에 나란히 있네.”
민준은 그 포스터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러게.
근데 우리도 여기까지 왔잖아.”
하은은 작게 웃었다.
“맞아.
우리 다 같이 왔어.”
페스티벌 무대 날,
무대 뒤는 엄청난 인파와 장비들로 북적였다.
대형 스크린에 이름이 뜰 때마다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하은은 무대 대기 라인에 서서 손을 꼭 잡았다.
“야… 나 진짜 심장 터질 것 같아.”
유리는 그런 하은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괜찮아.
우린 네 명이니까.”
준호가 스틱을 들어 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야, 오늘도 우리 보여주자.”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수천 명이 모여 있는 야외 무대는 숨이 막힐 정도로 컸다.
조명이 켜지고 민준이 기타를 치자
관객들이 한꺼번에 함성을 질렀다.
“조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하은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넓은 공원을 가득 메웠다.
민준은 관객들을 바라보다가 결국 하은을 바라봤다.
하은은 눈가가 살짝 젖어 있었지만,
노래를 부르며 살포시 웃었다.
곡이 끝나자,
수천 명의 관객들이 소리쳤다.
“스페이스러브! 스페이스러브!”
하은은 숨을 몰아쉬며 마이크를 잡았다.
“고마워요…
우리 노래 들어줘서.
앞으로도 더 많이 노래할게요.”
민준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가만히 기타를 쥔 손을 더 꼭 잡았다.
‘우리 진짜 여기까지 왔네.’
공연이 끝난 뒤, 무대 뒤에선 네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준호가 먼저 웃으며 말했다.
“야… 우리 진짜 해냈다.”
유리는 눈가를 살짝 훔쳤다.
“나 지금 너무 행복해서,
무서워.”
하은은 고개를 떨궜다가
민준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우리 계속 이렇게 가자.”
민준은 하은의 손을 잡았다.
“응.
계속.”
그날 밤, 숙소 옥상에서 네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별을 바라봤다.
멀리 보이는 도심 불빛 너머로, 별이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하은은 조용히 말했다.
“우리 앞으로 더 유명해져도…
계속 이렇게 모여서 노래하자.”
준호는 장난스럽게 스틱을 휘두르며 말했다.
“야, 당연하지.
우리 네 명 아니면 밴드 아냐.”
유리는 작게 웃었다.
“나도.
우리 네 명 아니면, 아무리 큰 무대도 싫어.”
민준은 기타를 가만히 만지며 작게 말했다.
“우리… 앞으로도 계속 이 작은 무대에서 시작하는 기분으로 살자.”
하은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웃었다.
옥상에서 내려온 뒤,
민준과 하은은 잠시 둘만 남았다.
하은은 복도 창문에 기대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있잖아…
나 진짜로 너랑 이렇게 평생 같이 살고 싶어.”
민준은 잠시 놀란 듯 하더니,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다가가 하은의 손을 잡았다.
“나도.
앞으로 우리… 같이 살자.”
하은은 눈을 감고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약속해.”
“응.
약속.”
민준은 조심스레 하은의 얼굴을 감싸고
살포시 입을 맞췄다.
그리고 둘은 그저 말없이,
이 복도의 불빛 아래서 서로를 꼭 껴안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큰 무대가 기다리고 있을지,
얼마나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하은은 확실히 알았다.
민준이 옆에 있는 한,
자신의 노래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걸.
민준도 똑같았다.
하은이 옆에서 노래하는 한,
자신의 기타는 언제나 가장 솔직하고 따뜻할 거라는 걸.
에필로그
그날 이후 스페이스러브는 더 많은 무대에서 노래했다.
더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들었고,
더 멀리 여행을 다녔으며,
더 큰 꿈을 꿨다.
하지만 언제나 네 명이 모여 작은 원을 그릴 때마다
그들은 음악실에서 처음 연습하던 그 날처럼,
서툴고 떨리는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작은 무대’는 그렇게
끝없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