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찾기 위해, 다시》
24부. 다시, 더 깊은 약속
서준은 며칠째
작은 벨벳 상자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틈만 나면 꺼내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얇고 단순한, 그러나 섬세하게 빛나는 은반지가 하나 들어 있었다.
화려한 다이아도 없고
이름 새긴 각인도 없지만
그게 오히려 서준에게 더 소중했다.
‘이번에는…
내가 끝까지 지유 옆에 있겠다는 증거.’
어느 날 저녁,
둘은 연습이 끝난 뒤
강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바람이 조금 차가웠다.
서준은 조용히 지유의 손을 잡았다.
“있잖아요…”
“응?”
“나…
요즘 너무 행복해요.”
지유가 작게 웃었다.
“나도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서준은 손에 땀이 조금 차는 걸 느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주머니에 넣어둔 벨벳 상자를 꺼냈다.
지유는 눈을 크게 떴다.
“그… 그게 뭐예요…?”
“반지예요.”
“반지…?”
서준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
얇은 은반지를 꺼냈다.
그리고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어요.”
“………”
“내가…
끝까지 지유 씨 옆에 있을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유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
손으로 입을 살짝 가렸다.
눈가가 조금 빨개졌다.
“왜 울어요…”
“안 울어요…
그냥…”
지유는 고개를 숙이며
손등으로 눈을 살짝 문질렀다.
“나 이런 거…
처음 받아봐서.”
서준은 살짝 웃으며
지유의 왼손을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반지를 그녀의 손가락에 끼웠다.
작고 가느다란 손가락에
은반지가 조심스레 자리 잡았다.
‘딱 맞다…’
서준은 괜히 가슴이 벅차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지유가 눈물을 꾹 참고
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정말…”
“아니에요.
나도 고마워요.
내가 이렇게까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거…
다 지유 씨 덕분이니까.”
지유는 작게 웃더니
조심스럽게 서준에게 몸을 기댔다.
그리고 속삭였다.
“우리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어요.”
그 순간
서준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이번에는…
절대로 잃지 않을 거야.’
가슴속 깊은 곳에서
더 단단히 다짐했다.
하지만
행복이 너무 깊으면
그만큼 불안도 따라왔다.
며칠 뒤,
둘이 작은 카페에서 마주 앉아 있을 때였다.
지유가 갑자기 창밖을 가리켰다.
“어?
저 간판 좀 이상하지 않아요?”
서준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카페 건너편 가게의 네온사인이
마치 물속에 비친 듯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또…
또 시작이야…?’
하지만 서준은
애써 평정심을 찾았다.
지유 쪽을 바라보고
작게 웃었다.
“그냥…
아마 불빛이 흔들리는 거예요.”
“그런가…”
지유는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돌렸다.
서준은 조용히
테이블 밑에서 지유의 손을 꼭 잡았다.
‘괜찮아.
이번엔 절대…
무너지게 두지 않을 거야.’
그날 밤
서준은 지유를 집까지 데려다주며
조용히 말했다.
“있잖아요…
나 진짜 많이 불안해요.”
지유가 깜짝 놀라 서준을 바라봤다.
“왜요?”
“그냥…
이렇게 좋은 게
계속 될까 봐.
언젠가 사라질까 봐.”
지유는 잠시 서준을 가만히 바라보다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두 팔을 서준의 목에 살포시 감았다.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그냥 오늘 더 많이 좋아해요.”
서준은 그 말에
참을 수 없이 가슴이 벅차
지유를 꼭 끌어안았다.
‘그래…
오늘 더 많이 좋아하자.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도
오늘만큼은…
끝까지.’
서준은 눈을 감으며
더 깊이 지유를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