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찾기 위해, 다시》
28부.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
결혼 날짜가 정해졌다.
가을 초입,
햇볕이 아직 따뜻하지만
바람은 살짝 선선해질 무렵.
“그때면 단풍도 예쁘겠다…”
지유가 작은 카페 테이블 위에 놓인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화면에는
웨딩홀 예약 문자가 떠 있었다.
서준은 숨이 벅차서
마치 폐 끝까지 공기가 가득 차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어.’
둘은 청첩장을 돌리기 위해
하루 종일 서울 이곳저곳을 다녔다.
지유의 대학 친구들을 만나
밝게 웃으며 청첩장을 내밀고,
서준의 밴드 멤버들에게도
“꼭 와야 한다”며 손에 카드를 쥐어줬다.
“진짜 결혼하는구나…
형 장난 아니네.”
드러머 준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서준은 그저 웃었다.
“그러게…
나도 아직 실감이 안 나.”
저녁 무렵
둘은 연습실에 들렀다.
잠깐 앰프를 점검하러 간 서준을 기다리며
지유는 구석 소파에 앉아 청첩장 하나를 열었다.
그 안에 적힌
‘끝까지 서로의 편이 되기로 한 두 사람의 시작’
이라는 문구를 보자
괜히 목이 메었다.
그때
서준이 돌아왔다.
“뭐 봐요?”
“우리 청첩장 글귀요…
보고 있으면 괜히 이상해져요.”
“왜요?”
“그냥…
이제 진짜 우리 둘만의 세상이 시작되는 것 같아서.”
서준은 작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 어디에선가
조그맣게 금 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니야…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절대 부서지게 하지 않을 거야.’
그날 밤
둘은 연습실 근처 작은 포장마차에서
오뎅 국물을 마시며 앉았다.
포장마차 불빛이
살짝 흔들리는 게 보였다.
서준은 순간 몸이 굳었다.
‘또…?’
눈을 찌푸리고 바라보자
이번엔 아예
천막 위에 걸린 등이
짧게 깜박였다.
마치 전류가 끊기는 듯.
“서준 씨…?
왜 그래요?”
지유가 조심스레 물었다.
서준은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한가 봐요.”
지유는 살짝 손을 내밀어
서준의 손등 위에 자기 손을 얹었다.
“괜찮아요.
우리 이제 진짜 행복해질 거니까.”
그 말이
서준의 가슴을 아프도록 찔렀다.
‘그래…
이제 행복해질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서준은 지유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작고 따뜻한 손이
자신을 겨우 붙들어 주는 것 같았다.
며칠 뒤
웨딩홀에서 식장 리허설을 간단히 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로비의 샹들리에가
살짝 흔들렸다.
이번엔 너무 확실했다.
서준은 머리가 띵 해졌다.
‘왜…
왜 지금…’
지유가 그런 서준의 팔을 살짝 잡았다.
“우리 괜찮죠?
오늘 리허설도 잘 끝났고…”
서준은 멍하니 지유를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뺨에 손을 올렸다.
“괜찮아요…
우린 잘 될 거예요.”
지유가 작게 웃었다.
그리고 서준의 손등을 살포시 잡았다.
“그 말만으로도…
마음이 진짜 편해져요.”
서준은 속으로
비명을 지르듯 다짐했다.
‘제발…
이 세계만은…
끝까지 무너지지 마.’
밤에 혼자 집에 돌아왔을 때,
서준은 소파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가득했다.
조용히 눈을 감자
머릿속에서 관리자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당신이 얻는 만큼,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고 했지요.”
서준은 두 손을 더 세게 얼굴에 눌렀다.
“싫어…
안 내놓을 거야…”
“그렇게 쉽게 되는 줄 알았습니까.”
“아니야…
이번엔 내가 끝까지 지킬 거야.”
눈을 번쩍 뜨고 일어섰다.
그리고 방 안에 있는
지유와 함께 찍은 웨딩사진 샘플을 바라봤다.
두 사람 모두 웃고 있었다.
서로를 향해 기울어진 몸,
맞잡은 손.
서준은 그 사진을 손에 꼭 쥐었다.
‘끝까지…
끝까지 지유를 지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