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작은 무대8 우리의 작은 무대 - 8부. 첫 자작곡 완성 《우리의 작은 무대》8부. 첫 자작곡 완성가을이 점점 깊어지며 공기는 차가워졌지만,민준의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음악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 특유의 낡은 나무 냄새와 악기들의 냄새가 숨통을 확 트이게 했다.피아노 위에 놓인 하은의 노트, 구석에 세워진 준호의 드럼 스틱 가방,그리고 언제나 자기 자리에 놓인 유리의 베이스 케이스.그 작은 것들이 이제 민준에겐 너무도 소중했다.그날은 조금 특별했다.하은이 전부터 살짝씩 흥얼거리던 멜로디를 이제 진짜 노래로 만들어보자는 날이었다.“오늘은… 우리 노래 만들자.”하은이 피아노 앞에 앉아 그렇게 말했다.그 목소리가 묘하게 떨렸다.민준은 장난스럽게 말했다.“우리 곡? 아직 우리끼리도 제대로 박자 못 맞출 때도 있는데?”“그러니까 더 필요하지.우리 .. 2025. 7. 8. 우리의 작은 무대 - 7부. 준호의 가정사 《우리의 작은 무대》7부. 준호의 가정사스페이스러브가 결성된 이후, 준호는 언제나 분위기 메이커였다.연습이 잘 안 풀리면 과장된 표정으로 드럼 스틱을 마이크처럼 잡고 쇼를 했고,하은이 음을 놓치면 “우리 보컬님 오늘 바이브 너무 예술인데?” 하고 장난쳤다.민준이 박자를 어긋내면 “아 역시 천재들은 인간의 박자와는 안 맞는다니까!” 하고 웃었다.그 덕분에 어색할 틈도, 심각할 틈도 없이 연습은 늘 시끌벅적했다.하지만 이상했다.가끔 연습을 끝내고 다 같이 분식집에 가자고 하면, 준호는 “야 나 알바 가야 돼”라며 황급히 가버렸다.그 뒷모습이 괜히 허전해 보여, 민준은 마음 한구석이 자꾸 걸렸다.어느 토요일 오후, 연습을 마치고 나가는 길이었다.하은이 가볍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다들 오늘 고생했어. 내일도 .. 2025. 7. 8. 우리의 작은 무대 - 6부. 부모님의 반대 《우리의 작은 무대》6부. 부모님의 반대민준의 아버지는 철저한 사람이었다.일찍이 작은 건축 사무소를 운영하며 성실하게 돈을 벌어 가족을 책임져 왔다.그런 아버지의 인생관은 언제나 똑같았다.“남자는 현실적으로 살아야 해. 땅을 밟고, 돈을 벌고, 가정을 지키고.”민준이 어릴 때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쓰다듬었다.그때는 그 말이 옳은 줄 알았다.그러나 민준이 중학생이 되어 기타를 처음 잡고, 음악에 빠져들면서부터 아버지의 말은 점점 벽처럼 느껴졌다.시골로 내려와 살기 시작한 뒤로, 아버지는 더 예민해졌다.서울에서 작은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민준은 그 사건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그 때문에 전학을 왔고, 새로운 학교에서 밴드부를 만나 조금씩 웃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 행복이 오래 갈 리 없었다... 2025. 7. 7. 우리의 작은 무대 - 5부. 베이스 유리의 비밀 《우리의 작은 무대》5부. 베이스 유리의 비밀유리는 언제나 조용했다.밴드 연습을 할 때도, 수업 시간에도, 점심을 먹을 때도.늘 낮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하고, 가끔은 작은 웃음으로만 마음을 표현했다.민준은 그런 유리가 처음엔 조금 불편했다.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어서, 혹시 자신이 불편한가 하고 괜히 눈치를 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연습이 거듭될수록 민준은 유리가 결코 무심하거나 차가운 사람이 아님을 느꼈다.오히려 누구보다 조심스럽게, 조용히 모두를 살피고 있었다.어설픈 합주가 끝난 뒤에도 민준이 주저앉아 있으면 유리는 아무 말 없이 살며시 물병을 건네주곤 했다.처음에는 그냥 건성으로 받았지만, 나중에는 그게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알게 됐다.그날도 평소처럼 연습을 마치고 모두가 각자 악기를 정리.. 2025. 7. 7. 우리의 작은 무대 - 4부. 꿈을 놓지 않는 이유 《우리의 작은 무대》4부. 꿈을 놓지 않는 이유민준은 그날 이후 한동안 음악실에 발걸음을 하지 못했다.축제에서의 실패는 그에게 생각보다 훨씬 깊은 흉터를 남겼다.핸드폰 속에는 친구들이 찍어 올린 동영상이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었다.그 영상에서 민준은 박자를 놓치고 당황해 기타를 멈추었다가, 다시 어설프게 연주를 이어가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밤에 혼자 방에 누우면 그 장면이 자꾸 머릿속에 재생됐다.자기가 틀린 소리, 하은이 흔들린 목소리, 관객들의 애써 내는 박수 소리까지 전부 생생했다.‘왜 그랬을까… 왜 나는 항상 중요한 순간에 이렇게 무너질까…’민준은 방 한구석에 놓인 기타 케이스를 바라봤다.예전 같으면 잠도 못 들고 꺼내서 손가락이라도 놀렸을 텐데, 요즘은 케이스를 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손끝이.. 2025. 7. 6. 우리의 작은 무대 - 3부. 첫 무대의 실패 《우리의 작은 무대》3부. 첫 무대의 실패가을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학교 곳곳에는 알록달록한 현수막과 풍선이 매달리고, 복도에는 반마다 준비한 부스 안내 포스터가 가득 붙어 있었다.운동장에는 임시 무대가 세워졌다.무대 옆에선 선생님들이 분주히 음향과 조명을 체크하고 있었고, 학생회 아이들이 마이크와 줄을 나르고 있었다.스페이스러브에게 이 무대는 너무나 중요한 순간이었다.밴드를 결성하고 몇 주간 합주를 이어오면서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기회였다.민준은 기타를 다시 꺼내 들 때마다 긴장으로 손가락 끝이 살짝 떨렸다.하은도 노래를 하다 가끔 숨을 고르는 횟수가 잦아졌다.준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떠들어댔지만, 연습할 때면 스틱을 잡은 손에 땀이 맺혔다.유리는 평소보다 더 과묵해졌다.하은은 축제 전날, .. 2025. 7. 6.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