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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작은 무대10

우리의 작은 무대 - 10부. 하은의 솔로 오디션 《우리의 작은 무대》10부. 하은의 솔로 오디션“야, 우리 진짜 대박 아니냐?”준호는 상금으로 새로 산 드럼 스틱을 한참 들여다보다 환하게 웃었다.그 스틱은 이제 막 포장을 뜯은 듯 반짝였고, 손에 쥐자마자 ‘이제 우리도 좀 프로 같다’ 싶은 묘한 설렘을 줬다.유리도 새로 맞춘 베이스 앰프 앞에서 얼굴이 한껏 밝아 있었다.그 앰프에서는 지직대는 소리 하나 없이 깨끗하고 묵직한 저음이 흘러나왔다.하은은 그걸 듣고 피아노 건반을 치며 작게 탄성을 질렀다.“우와… 유리야, 너 이제 진짜 무슨 공연장 같은 소리 난다.”민준은 기타를 메고 그 모습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이제 슬슬 우리도 동네 밴드는 아닌 것 같네.”준호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다음은 전국 대회다! 거기서도 우리 이름 박자!”그 소리에 유리.. 2025. 7. 9.
우리의 작은 무대 - 9부. 작은 지역 대회 참가 《우리의 작은 무대》9부. 작은 지역 대회 참가“얘들아, 우리 밴드 대회 나가자.”그 말은 하은이 불쑥 꺼냈다.늦가을 바람이 음악실 창문을 스치고 지나가던 날이었다.연습을 마치고 네 사람이 둥글게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을 때였다.민준은 젓가락을 들다 멈췄다.“밴드 대회? 그거… 우리 학교 축제 말고 진짜?”“응.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지역 청소년 밴드 대회.이 근처 고등학교 밴드들 다 모이는 거.”하은은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포스터에는 ‘제12회 ○○지역 청소년 밴드 페스티벌’이라고 적혀 있었다.주황색 글씨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준호가 스틱을 돌리며 장난스럽게 물었다.“그거 상금도 있냐?”“있지. 1등은 100만원, 2등은 50, 3등은 30.”유리가 작게 말했다.“3등만 돼도 베이스 앰프 새 거 살.. 2025. 7. 9.
우리의 작은 무대 - 8부. 첫 자작곡 완성 《우리의 작은 무대》8부. 첫 자작곡 완성가을이 점점 깊어지며 공기는 차가워졌지만,민준의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음악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 특유의 낡은 나무 냄새와 악기들의 냄새가 숨통을 확 트이게 했다.피아노 위에 놓인 하은의 노트, 구석에 세워진 준호의 드럼 스틱 가방,그리고 언제나 자기 자리에 놓인 유리의 베이스 케이스.그 작은 것들이 이제 민준에겐 너무도 소중했다.그날은 조금 특별했다.하은이 전부터 살짝씩 흥얼거리던 멜로디를 이제 진짜 노래로 만들어보자는 날이었다.“오늘은… 우리 노래 만들자.”하은이 피아노 앞에 앉아 그렇게 말했다.그 목소리가 묘하게 떨렸다.민준은 장난스럽게 말했다.“우리 곡? 아직 우리끼리도 제대로 박자 못 맞출 때도 있는데?”“그러니까 더 필요하지.우리 .. 2025. 7. 8.
우리의 작은 무대 - 7부. 준호의 가정사 《우리의 작은 무대》7부. 준호의 가정사스페이스러브가 결성된 이후, 준호는 언제나 분위기 메이커였다.연습이 잘 안 풀리면 과장된 표정으로 드럼 스틱을 마이크처럼 잡고 쇼를 했고,하은이 음을 놓치면 “우리 보컬님 오늘 바이브 너무 예술인데?” 하고 장난쳤다.민준이 박자를 어긋내면 “아 역시 천재들은 인간의 박자와는 안 맞는다니까!” 하고 웃었다.그 덕분에 어색할 틈도, 심각할 틈도 없이 연습은 늘 시끌벅적했다.하지만 이상했다.가끔 연습을 끝내고 다 같이 분식집에 가자고 하면, 준호는 “야 나 알바 가야 돼”라며 황급히 가버렸다.그 뒷모습이 괜히 허전해 보여, 민준은 마음 한구석이 자꾸 걸렸다.어느 토요일 오후, 연습을 마치고 나가는 길이었다.하은이 가볍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다들 오늘 고생했어. 내일도 .. 2025. 7. 8.
우리의 작은 무대 - 6부. 부모님의 반대 《우리의 작은 무대》6부. 부모님의 반대민준의 아버지는 철저한 사람이었다.일찍이 작은 건축 사무소를 운영하며 성실하게 돈을 벌어 가족을 책임져 왔다.그런 아버지의 인생관은 언제나 똑같았다.“남자는 현실적으로 살아야 해. 땅을 밟고, 돈을 벌고, 가정을 지키고.”민준이 어릴 때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쓰다듬었다.그때는 그 말이 옳은 줄 알았다.그러나 민준이 중학생이 되어 기타를 처음 잡고, 음악에 빠져들면서부터 아버지의 말은 점점 벽처럼 느껴졌다.시골로 내려와 살기 시작한 뒤로, 아버지는 더 예민해졌다.서울에서 작은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민준은 그 사건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그 때문에 전학을 왔고, 새로운 학교에서 밴드부를 만나 조금씩 웃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 행복이 오래 갈 리 없었다... 2025. 7. 7.
우리의 작은 무대 - 5부. 베이스 유리의 비밀 《우리의 작은 무대》5부. 베이스 유리의 비밀유리는 언제나 조용했다.밴드 연습을 할 때도, 수업 시간에도, 점심을 먹을 때도.늘 낮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하고, 가끔은 작은 웃음으로만 마음을 표현했다.민준은 그런 유리가 처음엔 조금 불편했다.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어서, 혹시 자신이 불편한가 하고 괜히 눈치를 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연습이 거듭될수록 민준은 유리가 결코 무심하거나 차가운 사람이 아님을 느꼈다.오히려 누구보다 조심스럽게, 조용히 모두를 살피고 있었다.어설픈 합주가 끝난 뒤에도 민준이 주저앉아 있으면 유리는 아무 말 없이 살며시 물병을 건네주곤 했다.처음에는 그냥 건성으로 받았지만, 나중에는 그게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알게 됐다.그날도 평소처럼 연습을 마치고 모두가 각자 악기를 정리.. 2025.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