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 우리의 작은 무대 - 4부. 꿈을 놓지 않는 이유 《우리의 작은 무대》4부. 꿈을 놓지 않는 이유민준은 그날 이후 한동안 음악실에 발걸음을 하지 못했다.축제에서의 실패는 그에게 생각보다 훨씬 깊은 흉터를 남겼다.핸드폰 속에는 친구들이 찍어 올린 동영상이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었다.그 영상에서 민준은 박자를 놓치고 당황해 기타를 멈추었다가, 다시 어설프게 연주를 이어가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밤에 혼자 방에 누우면 그 장면이 자꾸 머릿속에 재생됐다.자기가 틀린 소리, 하은이 흔들린 목소리, 관객들의 애써 내는 박수 소리까지 전부 생생했다.‘왜 그랬을까… 왜 나는 항상 중요한 순간에 이렇게 무너질까…’민준은 방 한구석에 놓인 기타 케이스를 바라봤다.예전 같으면 잠도 못 들고 꺼내서 손가락이라도 놀렸을 텐데, 요즘은 케이스를 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손끝이.. 2025. 7. 6. 우리의 작은 무대 - 3부. 첫 무대의 실패 《우리의 작은 무대》3부. 첫 무대의 실패가을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학교 곳곳에는 알록달록한 현수막과 풍선이 매달리고, 복도에는 반마다 준비한 부스 안내 포스터가 가득 붙어 있었다.운동장에는 임시 무대가 세워졌다.무대 옆에선 선생님들이 분주히 음향과 조명을 체크하고 있었고, 학생회 아이들이 마이크와 줄을 나르고 있었다.스페이스러브에게 이 무대는 너무나 중요한 순간이었다.밴드를 결성하고 몇 주간 합주를 이어오면서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기회였다.민준은 기타를 다시 꺼내 들 때마다 긴장으로 손가락 끝이 살짝 떨렸다.하은도 노래를 하다 가끔 숨을 고르는 횟수가 잦아졌다.준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떠들어댔지만, 연습할 때면 스틱을 잡은 손에 땀이 맺혔다.유리는 평소보다 더 과묵해졌다.하은은 축제 전날, .. 2025. 7. 6. 우리의 작은 무대 - 2부. 밴드부의 시작 《우리의 작은 무대》2부. 밴드부의 시작민준은 그날 밤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침대에 누운 채, 낮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낯선 교실, 낯선 친구들, 그리고 유난히 눈에 맴도는 윤하은의 웃음.무엇보다 음악실에서 혼자 기타를 치다 그녀와 마주쳤을 때 느낀 묘한 떨림이 자꾸 가슴을 간질였다.‘내일 또 보자고 했지…’민준은 이불을 뒤집어썼다.어두운 방안에서 그의 심장은 괜히 더 크게 뛰는 것만 같았다.다음 날 학교가 끝나자 민준은 평소보다 더 빠르게 책가방을 정리했다.책상 옆에 세워둔 기타 케이스를 집어 들고 복도를 나섰다.운동장에는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체육관 쪽에선 배드민턴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그 소리들을 지나 학교 뒤편 음악실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안에는 이미 하은이 와 있었다.피.. 2025. 7. 6. 우리의 작은 무대 - 1부. 새로운 전학생 《우리의 작은 무대》1부. 새로운 전학생햇살이 시야를 찌푸리게 할 정도로 눈부셨다.버스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빛은 따가웠지만, 그 아래 펼쳐진 풍경만큼은 민준에게 너무도 낯설고 낯간지럽게 평화로웠다.서울에서 살던 민준의 기억 속 풍경은 언제나 삭막하고 시끄러운 회색빛이었다.사람들로 빽빽이 들어찬 지하철, 늘 막히는 도로, 초조한 발걸음들.그에 비해 지금 민준이 보고 있는 건 끝없이 펼쳐진 초록 논과, 그 사이를 유유히 지나는 황토색 트럭, 그리고 느릿느릿 자전거를 타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이었다.버스 좌석에 몸을 기댄 민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차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그저 무표정했다.조금만 더 웃으면 좋을 텐데, 아니 조금만 더 덤덤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그러나 전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은 민.. 2025. 7.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