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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기 위해, 다시〉 18부. 무대 위의 약속 《너를 찾기 위해, 다시》18부. 무대 위의 약속소규모 콘서트를 이틀 앞둔 날이었다.서준은 연습실에서 기타를 메고마이크 앞에 섰다.드럼과 베이스가 준비되자잠시 공간이 고요해졌다.“자, 시작해볼까?”드러머가 스틱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그리고 탁탁탁 — 카운트를 치더니연주가 터져 나갔다.서준은 집중하며 기타 줄을 눌렀다.지유가 구석 의자에 앉아작은 노트에 뭔가를 끄적이며 보고 있었다.‘이번 무대, 네가 와서 봐줬으면 좋겠다.’서준은 그 생각만으로손끝에 힘이 더 들어갔다.연습이 끝난 뒤,지유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오늘도 멋있었어요.”“정말요?좀 긴장했는데.”“저도 긴장했어요.”“왜요?”“그냥…이렇게 연습하는 거 계속 보다 보니까무대도 보러 가보고 싶어서요.”서준은 순간 심장이 크게 뛰었다.“그럼…콘서트 오실.. 2025. 7. 29.
〈너를 찾기 위해, 다시〉 17부. 작고 평범한 기적들 《너를 찾기 위해, 다시》17부. 작고 평범한 기적들밴드 연습이 끝난 날,서준과 지유는 연습실에서 나와 좁은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다.연습실 바로 옆에는20년도 넘은 듯 보이는 허름한 중국집이 하나 있었다.“우리… 저기 가볼래요?”지유가 간판을 가리키며 말했다.서준은 의외라는 듯 웃었다.“저기요?진짜 오래된 데인데… 맛은 있어요.”“그럼 됐죠.오늘 배 엄청 고파요.”문을 열고 들어가자기름 냄새와 함께 조금 퀴퀴한 공기가 훅 들어왔다.허름한 테이블,반쯤 벗겨진 벽지,그리고 구석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까지.하지만 이상하게도그 모든 게 따뜻하게 느껴졌다.“짜장면 두 그릇 주세요!”지유가 당차게 말했다.서준은 피식 웃었다.잠시 뒤,시커먼 짜장면이 가득 담긴 그릇이 두 개 나왔다.서준은 젓가락을 집어 들며 말했다.“.. 2025. 7. 29.
〈너를 찾기 위해, 다시〉 16부. 천천히 다가오는 마음 《너를 찾기 위해, 다시》16부. 천천히 다가오는 마음카페에서 처음 만난 그 날 이후,서준은 지유와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다.“오늘 날씨가 좋네요.혹시 바쁘지 않으면 산책할래요?”“좋아요!마침 저도 카페에만 있기 답답했어요.”그렇게 시작된 작은 만남이조금씩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어느 날은지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연습실 구경해도 돼요?”“연습실이요?”“네.무대에서만 보다가연습하는 건 어떨지 궁금해서요.”서준은 잠시 놀랐지만곧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오늘 저녁에 팀 연습 있는데, 그때 올래요?”“정말요?좋아요!”저녁 무렵,지유는 서준이 안내한 작은 지하 연습실로 들어섰다.벽에 흠집이 가득하고바닥에는 굵은 케이블들이 어지럽게 깔려 있었지만,그 공간은 묘하게 설레는 에너지가 있었다.드럼과 베이.. 2025. 7. 28.
〈너를 찾기 위해, 다시〉 15부.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너를 찾기 위해, 다시》15부. 스포트라이트 속에서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큰 함성이 쏟아졌다.눈앞에는 끝없이 물결치는 인파,수천 개의 야광봉이 파도처럼 일렁였다.“서울, 사랑해——!!!”보컬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그리고 그 옆에서기타를 든 서준이 조명을 받으며 무대 위에 서 있었다.손에 쥔 기타 넥이 미세하게 떨렸다.숨을 고르고 줄을 튕겼다.쨍—드라이브가 걸린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드럼과 베이스가 따라오자관객석에서 폭발적인 함성이 또 터졌다.서준은 손가락을 힘껏 움직이며코드와 솔로를 오갔다.손끝이 뜨거웠다.피크가 닳아 없어질 것 같았다.그러다 문득,관객석 어딘가에서 시선을 느꼈다.서준은 관성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숨이 턱 막혔다.관객들 사이,하얀 원피스를 입고.. 2025. 7. 28.
〈너를 찾기 위해, 다시〉 14부. 미련과 결단 《너를 찾기 위해, 다시》14부. 미련과 결단운동장은 여전히 환했다.햇빛이 벤치까지 길게 내려와서준의 발등을 따뜻하게 덮었다.멀리서 들려오는 지유의 웃음소리가그 무엇보다 맑고 예뻤다.서준은 벤치에 가만히 앉아손안의 작은 사탕 포장지를 천천히 펼쳤다.하얀 종이에 그려진 조그만 꽃무늬가어쩐지 눈시울을 찡하게 만들었다.‘조그맣고 사소하지만…지금까지 받았던 어떤 성공보다 소중해.’서준은 그 사탕 껍질을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지갑 속에 조심히 넣었다.‘나중에…다시 지유를 만나면 보여줘야지.그때 네가 내 손에 살며시 올려준 거라고.’그렇게 생각하자조금 울컥했다.그때 옆에서관리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참 재미있군요.”“뭐가요.”“당신은이 작은 사탕 껍질 하나에 그렇게 마음을 걸고 있잖습니까.”서준은 씁쓸하게 웃었다... 2025. 7. 27.
〈너를 찾기 위해, 다시〉 13부. 선택의 무게 《너를 찾기 위해, 다시》13부. 선택의 무게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던 오후,서준은 학교 운동장 구석 벤치에 앉아 있었다.저 멀리서지유가 친구들과 웃으며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서준은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넋을 놓고 바라봤다.가끔 공이 멀리 굴러오면지유가 총총히 달려와 그것을 주워 다시 던졌다.그때 치마자락이 살짝 펄럭이며햇살을 가볍게 품었다.옆에 앉아 있던 관리자가조용히 입을 열었다.“보세요.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운지.”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두 눈에 담기 바빴다.관리자는 살짝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이 시간은 영원히 이렇게 흐를 것입니다.”서준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영원히요…?”“네.지유는 늘 저기서 저렇게 웃고 있을 거고,당신은 언제든.. 2025.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