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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작은 무대 - 12부. 첫 방송 출연 《우리의 작은 무대》12부. 첫 방송 출연학교 점심시간, 네 사람은 교실 복도 창가에 모여 있었다.하은이 흥분된 목소리로 휴대폰 화면을 들이밀었다.“야, 이거 봐! 우리 대회 영상이 지역 방송국 SNS에 올라갔었나 봐.거기 담당자가 우리 학교로 연락했대!”민준은 놀라서 화면을 들여다봤다.‘○○청소년밴드페스티벌’ 계정이었다.그 밑엔 ‘스페이스러브 - 우리의 작은 무대’라고 적힌 동영상이 올라와 있었다.좋아요가 무려 2천 개가 넘었고, 댓글엔 ‘이 밴드 진짜 순수해서 좋다’, ‘보컬 목소리 미쳤다’, ‘기타 솔로 감동적’ 같은 말이 줄을 잇고 있었다.준호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야, 진짜 우리 맞아?나 완전 스타 된 기분인데?”유리도 살짝 얼굴을 붉히며 작게 웃었다.“댓글… 다 너무 좋다.”하은이 손.. 2025. 7. 10.
우리의 작은 무대 - 11부. 다시 한마음 《우리의 작은 무대》11부. 다시 한마음서울에서 돌아온 하은은 연습실에 들어서자마자 잠시 멈춰 섰다.낡은 나무 바닥, 오래된 피아노, 구석에 놓인 유리의 앰프와 준호의 드럼…그리고 그 위에 흐르듯 놓인 햇살.모두 익숙했고, 그래서 더 애틋했다.민준은 기타를 조율하다가 하은을 보고 살짝 멈췄다.하은의 표정이 예전과 조금 달랐다.무언가 결심이 담긴 얼굴이었다.“왔어?”민준이 조용히 물었다.하은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그리고 피아노 의자에 앉아 말했다.“나… 서울 그 기획사 안 가기로 했어.”순간 음악실이 조용해졌다.유리도 놀란 눈으로 하은을 바라봤다.준호는 스틱을 잡은 채 잠시 얼어 있었다.“왜?”민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하은은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그러다 작게 웃었다.“거기 가면… 분명 좋은 가.. 2025. 7. 10.
우리의 작은 무대 - 10부. 하은의 솔로 오디션 《우리의 작은 무대》10부. 하은의 솔로 오디션“야, 우리 진짜 대박 아니냐?”준호는 상금으로 새로 산 드럼 스틱을 한참 들여다보다 환하게 웃었다.그 스틱은 이제 막 포장을 뜯은 듯 반짝였고, 손에 쥐자마자 ‘이제 우리도 좀 프로 같다’ 싶은 묘한 설렘을 줬다.유리도 새로 맞춘 베이스 앰프 앞에서 얼굴이 한껏 밝아 있었다.그 앰프에서는 지직대는 소리 하나 없이 깨끗하고 묵직한 저음이 흘러나왔다.하은은 그걸 듣고 피아노 건반을 치며 작게 탄성을 질렀다.“우와… 유리야, 너 이제 진짜 무슨 공연장 같은 소리 난다.”민준은 기타를 메고 그 모습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이제 슬슬 우리도 동네 밴드는 아닌 것 같네.”준호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다음은 전국 대회다! 거기서도 우리 이름 박자!”그 소리에 유리.. 2025. 7. 9.
우리의 작은 무대 - 9부. 작은 지역 대회 참가 《우리의 작은 무대》9부. 작은 지역 대회 참가“얘들아, 우리 밴드 대회 나가자.”그 말은 하은이 불쑥 꺼냈다.늦가을 바람이 음악실 창문을 스치고 지나가던 날이었다.연습을 마치고 네 사람이 둥글게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을 때였다.민준은 젓가락을 들다 멈췄다.“밴드 대회? 그거… 우리 학교 축제 말고 진짜?”“응.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지역 청소년 밴드 대회.이 근처 고등학교 밴드들 다 모이는 거.”하은은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포스터에는 ‘제12회 ○○지역 청소년 밴드 페스티벌’이라고 적혀 있었다.주황색 글씨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준호가 스틱을 돌리며 장난스럽게 물었다.“그거 상금도 있냐?”“있지. 1등은 100만원, 2등은 50, 3등은 30.”유리가 작게 말했다.“3등만 돼도 베이스 앰프 새 거 살.. 2025. 7. 9.
우리의 작은 무대 - 8부. 첫 자작곡 완성 《우리의 작은 무대》8부. 첫 자작곡 완성가을이 점점 깊어지며 공기는 차가워졌지만,민준의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음악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 특유의 낡은 나무 냄새와 악기들의 냄새가 숨통을 확 트이게 했다.피아노 위에 놓인 하은의 노트, 구석에 세워진 준호의 드럼 스틱 가방,그리고 언제나 자기 자리에 놓인 유리의 베이스 케이스.그 작은 것들이 이제 민준에겐 너무도 소중했다.그날은 조금 특별했다.하은이 전부터 살짝씩 흥얼거리던 멜로디를 이제 진짜 노래로 만들어보자는 날이었다.“오늘은… 우리 노래 만들자.”하은이 피아노 앞에 앉아 그렇게 말했다.그 목소리가 묘하게 떨렸다.민준은 장난스럽게 말했다.“우리 곡? 아직 우리끼리도 제대로 박자 못 맞출 때도 있는데?”“그러니까 더 필요하지.우리 .. 2025. 7. 8.
우리의 작은 무대 - 7부. 준호의 가정사 《우리의 작은 무대》7부. 준호의 가정사스페이스러브가 결성된 이후, 준호는 언제나 분위기 메이커였다.연습이 잘 안 풀리면 과장된 표정으로 드럼 스틱을 마이크처럼 잡고 쇼를 했고,하은이 음을 놓치면 “우리 보컬님 오늘 바이브 너무 예술인데?” 하고 장난쳤다.민준이 박자를 어긋내면 “아 역시 천재들은 인간의 박자와는 안 맞는다니까!” 하고 웃었다.그 덕분에 어색할 틈도, 심각할 틈도 없이 연습은 늘 시끌벅적했다.하지만 이상했다.가끔 연습을 끝내고 다 같이 분식집에 가자고 하면, 준호는 “야 나 알바 가야 돼”라며 황급히 가버렸다.그 뒷모습이 괜히 허전해 보여, 민준은 마음 한구석이 자꾸 걸렸다.어느 토요일 오후, 연습을 마치고 나가는 길이었다.하은이 가볍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다들 오늘 고생했어. 내일도 .. 2025. 7. 8.